가을을 맞아 굵직한 조각전이 서울의 세 군데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성곡미술관의 ‘김세중조각상 20주년 기념전’, 소마미술관의 ‘부드러움’ 전, 그리고 김종영미술관의 ‘오늘의 작가-이상길’전이다.
성곡미술관의 김세중조각상 20주년 기념전은 조각가 김세중(1928~1986)을 기려 제정된 이 상의 역대 수상작 60여 점을 모았다. 국내에서 가장 권위있는 조각상의 하나인 만큼, 한국 조각의 흐름과 오늘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다. 교과서적인 작품이 많지만, 조각의 개념을 넓히는 실험적인 작품도 있다. 예컨대 올해 김세중조각상을 받은 이상갑은 철판을 바닥과 벽에 깔아놓은 평면적인 작품으로 ‘조각=입체’라는 통념을 깨뜨린다. 전시는 추석 연휴기간인 2~9일 쉬고 22일까지 한다. (02)737-7650
김종영미술관은 조각가 김종영(1915~1982)의 타계 20주기를 기념해 세워진 조각 전문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이 매년 2명씩 선정하는 ‘오늘의 작가’의 올해 하반기 작가로 이상길이 선정됐다.
‘콘택트(Contactㆍ접촉)-무한한 사랑’이라는 부제의 이번 전시는 인간과 우주의 소통이라는 장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외계 생명체 탐사 프로젝트에 관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SF소설 ‘콘택트’에서 제목을 가져왔다. 작가는 스테인리스스틸로 천체 망원경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원뿔을 만들었다.
기우뚱하게 꽂힌 원뿔 바깥에 간신히 매달린 남자 인형, 개구리, 나뭇잎 같은 작은 오브제는 무한한 우주와 유한한 생명의 대비와 공존을 이야기한다. 길이 2m가 넘는 원뿔을 바닥에 눕힌 ‘내 마음의 전파망원경’은 빛과 소리로 우주를 여행한다. 거울처럼 반짝이는 표면에 부딪혀 튀어나온 빛이 전시장 벽에 일렁이는 가운데 원뿔 내부에 새긴 동심원을 타고 소리가 흘러나와 관객을 먼 우주로 실어나른다. 11월 5일까지. (02)3217-6484
소마미술관의 ‘부드러움’ 전은 ‘부드러운’ 조각을 통해 현대미술의 다면성을 보여준다. 부드럽다? 돌, 나무, 쇠 등 단단한 소재에서 벗어났다는 뜻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위압감이 느껴지는 기념비적 조각이 아닌, 부드럽게 다가오는 친근한 조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왕성하게 활동 중인 40대 전후 작가 14명의 작품을 모았다.
소금, 헝겊 등 소재 자체가 부드러운 조각이 있는가 하면, 관객이 작품 속을 거닐거나 직접 만지고 사용할 수 있는 작품도 있다. 전시장 바닥을 비닐로 덮어서 물결 무늬를 그려내는 김윤수의 ‘바람의 사원’, 쇳가루를 뿌려놓은 김종구의 ‘모바일 풍경’은 관객이 그 안에서 걸어 다니면서 보는 작품이다. 신미경은 비누로 불상을 만들어 화장실 세면대에 세워놓았다, 관객은 불상 비누로 손을 씻는다. 전시는 11월 2일까지. (02)425-1077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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