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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을 더 괴롭게 하는 출총제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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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을 더 괴롭게 하는 출총제 대안

입력
2006.10.0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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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논란 많은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의 대안으로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 방안을 도입해 신규 출자를 금지할 뿐 아니라 기존 출자도 3~5년 내 해소토록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한다. 순환출자는 계열사들이 돌아가며 출자해, 재벌의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도 그룹을 지배하는 국내 재벌의 전형적 출자 방식이다.

우리는 지금과 같은 재벌의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는 동의한다. 주력회사 한 두 곳에 소규모 지분만 갖고 있어도 전체 계열사를 장악할 수 있게 하는 환상형 순환출자는 지분만큼 권리를 갖게 한 주식회사 제도의 근본을 무력화시키는 일이다.

외환위기 직후 재계의 요구로 폐지됐던 출총제가 부활한 이유도 순환출자를 통한 문어발식 확장이 급증했기 때문이었다. 재벌 스스로 순환출자 규제의 명분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미 이뤄진 순환출자까지 조속히 해소하라는 '과거사 청산'방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소급조치라는 문제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업에 주는 충격과 부담이 과중하다고 판단된다.

기업이 마음껏 투자를 하도록 부담을 덜어주자는 출총제 폐지의 취지에도 역행하는 발상이다. 3~5년이라는 촉박한 시한을 주고 출자 해소를 강제할 경우 재계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영권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재벌의 후진적 지배구조는 바뀌어야 하지만 그 방법은 점진적이어야 하고, 시장 중심적이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의결권을 제한하자는 열린우리당 채수찬 의원의 제안이 더 현실적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재벌의 순환출자 해소를 주장하기 전에 이를 막지 못해온 책임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 사리에 맞다. 출총제를 비롯한 많은 정책적 수단과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해오다 뒤늦게 규제가 필요하다고 들고 나오는 모양새는 밥그릇 지키기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혼란스럽게 진행되는 출총제 대안 문제를 당초 취지에 맞게 합리적으로, 조속히 매듭짓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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