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스웨덴 총선에서 중도우파연합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셨습니까?
“모든 사람들이 예상했을 겁니다. 거의 매일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고, 신문들도 명확하게 중도우파 연합이 앞서가고 있다는 것을 보도했으니까요.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바꿔야 할 시기라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 총선결과가 스웨덴 모델의 실패를 의미한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사회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지 12년이 되었는데, 어느 정당이라도 12년간 정권을 잡으면 국민들이 지치기 마련입니다. 심지어 사민당 내부에서도 변하는 것이 낫겠다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국민들은 정부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고 싶어했고, 시스템도 어딘가 천장에 닿은 느낌이었죠. 세금을 많이 내더라도 모든 것이 잘 돌아간다면 문제가 없는데, 병원에서 하루종일 줄을 서서 기다리며 불편을 겪는 동안 국민들이 ‘잘 돌아가지도 않은데 왜 우리가 돈을 내야 하느냐’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래서 아마 시스템이 좀 피곤해졌나 보다, 다시 활력을 줘야 하지 않느냐 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 한국에서는 복지를 위한 증세에 반대하는 분도 많습니다. 스웨덴은 어떻습니까?
“스웨덴에서는 더 이상 세금이 높아질 리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정당이 세금을 내려야 한다고 하고 있죠. 그러나 한국과 스웨덴을 비교하자면, 스웨덴에서 가장 보수적인 정당이라도 아마 한국에서 정권을 잡으면 복지정책을 위해 세금을 올릴 것입니다.”
- 한국에서는 복지시스템 강화가 경제성장에 해가 된다는 생각이 존재합니다.
“간단하지는 않은 문제입니다. 경제성장은 복지시스템을 작용하게 하는 기반이고 복지성장은 부를 만들 수 없지만, 부는 복지시스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웨덴에서는 재분배 시스템이 잘 작동하기 때문에 그러한 인식은 없습니다.
단순히 산업부분에서 돈을 가져다가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 아닙니다. 산업부분의 세금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크게 높지 않습니다. 소득세 등 기업과 관련 없는 세금이 높지요. 작은 기업의 경우는 세금을 많이 낼 필요가 없습니다.”
- 스웨덴 국민은 복지시스템에 대해 어떤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까?
“우선 시스템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작동이 잘 되면 매우 자랑스러워하고, 작동이 잘 안되면 별로 자랑스러워 하지 않죠.(웃음) 스웨덴 사람들은 자녀보조금 등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 같은 제도를 통해 아이들을 키우는데, 새로운 정부는 정부시스템을 원치 않는 사람에게는 굳이 강요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시스템에 다양성이 생기는 것이죠. 그러나 근본적으로 대부분은 사람들이‘시스템이 없다면 거리의 아이들이 생기고, 노숙자나 가난한 이웃이 생길 것이다. 차라리 시스템에 돈을 지불해서라도 모두를 일정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아시아 국가도 스웨덴 복지시스템을 채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물론입니다. 간단합니다. 아시아인들도 아마 아이 키우는 게 무척 힘들 것입니다. 세금을 많이 내지 않고서는 보육시설 같은 것이 갖춰지지 않고 여성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는 건 자명하고 모두들 알고 있습니다.
한국인들도‘여성들이 동등하게 일할 기회를 갖는 게 좋지 않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예스’라고 답하지 않겠습니까.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덧붙이자면 한국은 크고 강한 대가족 전통이 있어 구성원에 대한 책임이 강한 것 같습니다. 스웨덴은 핵가족인데, 아마도 몇 년 후에 스웨덴은 한국의 것을 많이 채택할 것이고, 한국은 스웨덴의 방향으로 많이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다음 정권도 우파가 잡게 된다면 그때는 스웨덴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다고 해석이 가능할까요?
“정치적인 문제일뿐 근본적인 변화는 있을 수 없습니다. 사회민주당과 우파 연합간의 정책을 비교해 보면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근본적인 차이는 없습니다.”
- 한국의 복지시스템 강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전체를 보라는 것입니다. 자기분야에 갇힌 좁은 시각으로 보지 말아야 합니다. 노사관계를 보면, 노조는 파업을 결의하지 않고 경영자는 노동자를 존중해 월급을 올려주거나 휴가를 보장해 주는 식으로 존중과 평화의 분위기가 있어야 합니다.”
- 한국에 와서 가장 큰 문제라고 느낀 것은 무엇입니까?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정당이 국회에서 싸우고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 참 이상했습니다. 그리고 일본, 북한, 중국과의 관계 등 주변상황의 긴장이 큰 것 같습니다.”
정리=이진희기자 river@hk.co.kr
■ 한국의 ‘스웨덴 모델’ 논란
한국에서 때 아닌 ‘스웨덴 모델’ 논란이 거세다.
정부가 복지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비전2030’이라는 중장기 국가전략을 발표 하면서부터다. 저출산ㆍ고령화ㆍ양극화 추세 속에서‘선진국형 복지제도’가 절실하다는 화두를 던졌지만, 복지시스템 확충에 필요한 증세(增稅)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먼저냐’하는 해묵은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표적인 복지국가인 스웨덴의 최근 총선에서 12년 만에 우파연합이 승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스웨덴 총선 결과를 두고 일부 국내 보수 언론들은 ‘스웨덴 모델의 실패’라고 주장하며 정부의 복지강화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스웨덴 내부에서는 이번 총선 결과를 단순한 정치적 부침으로 보고 있는데 비해 한국에선 스웨덴 복지모델 전체의 실패로 서둘러 규정하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사실 스웨덴과 한국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스웨덴의 복지시스템을 뜯어보면, 사교육비 부담 등으로 하루하루 생활이 힘든 한국인에게는 그야 말로 ‘유토피아’로 보인다. 스웨덴은 자녀를 낳으면 18세가 될 때까지 양육비를 지급한다. 학비는 대학원 진학까지 한 푼도 낼 필요가 없으며, 유학비용도 국가가 대준다.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체류 외국인도 똑같은 혜택을 받으며,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지원도 전폭적이다. 의료 상담도 대부분 무료이며, 탁아소는 거의 집에서 5분 이내의 거리에 있다. 탁아소 비용도 거의 국가가 부담한다. 직장을 잃고 나면 소득의 80%까지를 정부가 지원하며, 노후 생활도 대부분 국가에서 책임진다.
월급의 50%를 세금으로 거둬가지만, 스웨덴 사람들은 개별적으로 지불해야 할 비용들을 국가를 통해 대신 지불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큰 불만이 없다. 다만 세금을 냈는데도 복지시스템이 잘 작동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때 불만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에 비해 한국의 상황은 실로 열악하다. 전체 정부 재정에서 사회복지 지출 비중을 보면 한국(2005년)이 26.7%로 스웨덴(2003년 54%)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국내총생산(GDP)과 대비한 공공부문 지출(2001년 기준)도 한국은 6.1%에 불과해 터키(13.2%)보다도 낮다.
스웨덴은 28.9%에 이르러 한국의 5배 수준이다. 정부가 ‘비전2030’에서 제시한 복지시스템을 갖춘다고 해도 복지비율은 여전히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복지시스템 문제는 향후에도 큰 화두가 될 전망이다. 높은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4년째 잠재성장률도 달성하지 못할 정도로 비실비실한 경제여건에서 엄청난 복지재원을 조달하는 것이 결코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복지시스템 강화를 위해 증세나 국채발행을 해야 한다는 입장과, 성장을 우선해야 한다는 세력간의 충돌도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와 정쟁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중산층이 얇아지고 신빈곤층이 늘고 있는 만큼 어느 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복지문제는 큰 숙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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