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이래 주한미군을 상징해온 8군 사령부가 해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은 최근 언론 간담회에서 한국전쟁의 지휘 본부였던 8군사령부가 전시지원 역할로 바뀐 사실을 상기시키며 해외이전 또는 해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내 언론은 8군사령부가 이미 서류 상의 조직에 불과해 2사단 주축의 주한미군 전력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큰 뉴스로 다뤘다. 미 8군의 상징성에 주목했겠지만 실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설명은 대체로 모호하다. 전시 작전통제권과 한미 동맹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 막연히 부각시킨 인상이다.
8군사령부는 이미 1998년 주한미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 예하 지원군사령부로 개편됐다. 이를 다시 바꾸는 것은 언론이 전하는 대로 미 육군 개편과 재배치 및 지휘체계 단순화의 일환이다.
따라서 8군사령부 이전 또는 해체는 미 8군과 얽힌 전후 역사를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될 만하지만 주한미군과 동맹의 장래에 큰 변화를 초래하지 않을지 우려할 일은 아니다. 이를 애초 분명히 하지 않은 언론보도는 주한미군 관련 뉴스를 선정적으로 다룰 실마리를 찾으려 애쓰는 습관에서 비롯된 듯하다.
물론 빗나간 전시 작전통제권 논란이 그렇듯이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작은 변화에도 여론이 민감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정확한 평가와 설명에 앞서 일단 큰 의미와 파장을 지닌 뉴스인 양 부각시키는 것은 예민한 여론의 인식을 그릇되게 이끌기 쉽다. 이런 잘못이 흔히 왜곡된 안보 논란을 부추기고, 사회적 에너지를 쓸데없이 탕진하게 한다.
벨 사령관의 발언에서 오히려 주목할 대목은 작전통제권 이양과 연합사 해체 뒤 유엔군사령부가 미래 분쟁에서 중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언뜻 상식적 발언 같지만, 더러 예상하는 북한의 돌발사태 때 미군이 유엔 깃발아래 독자 개입하는 상황을 상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끼리 삿대질하며 강파른 안보 논쟁에 매달릴 게 아니라 미국의 전략 변화와 의도를 폭 넓게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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