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화려했다. 그러나 미래는 불투명하다. 9월 30일 경북대에서 열린 ‘2006 MBC 대학가요제’는 서른 돌을 맞은 ‘대학가요제’가 겪고 있는 정체성 문제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이날 방송은 30주년 기념답게 상당 시간을 ‘대학가요제’의 화려한 역사를 과시하는데 할애했다. 지난해 ‘대학가요제’의 깜짝스타 이상미가 소속된 그룹 EX를 시작으로 유열 신해철 김동률 등 대학가요제가 배출한 스타들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줬고, 축하무대의 대부분은 가수들이 ‘대학가요제’ 히트곡들을 록, 힙합 등 다양한 스타일로 바꿔 부르는 것으로 꾸며졌다. 마지막 축하무대를 장식한 인순이가 노래하는 동안 영상물을 통해 대학이 혼혈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사랑을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는 의미도 부여하려 했다.
그러나 정작 ‘대학가요제’의 중심이 돼야 할 현재의 ‘대학’과 ‘음악’이 무엇인지는 보이지 않았다. 수상 결과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참가 팀 중 6인조 혼성그룹 뮤즈그레인(전주교대)은 보기 드물게 재즈 연주를 바탕으로 파격적인 스타일의 보컬을 내세운 ‘Into the Rain’을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이 팀은 방송 직후 인터넷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를 정도로 네티즌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대상은커녕 네티즌 인기상조차 타지 못했다. 대상은 대중적인 R&B 댄스곡 ‘21살 이야기’를 들고 나온 혼성듀엣 JJMP(경희대)에게 돌아갔다. 네티즌들이 실험성에 높은 점수를 준 반면, 주최측은 대중성을 선택한 셈이다.
물론 더 이상 대학만의 음악 문화가 존재하지 않고 일반 대중가요가 대학가에서도 인기를 끄는 현실에서 이런 선택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학가요제’는 대중성에 초점을 맞춰 요즘 대학가의 기호를 충실히 따라가지도 못했다. 최근 가요계의 주류인 R&B와 댄스 음악은 JJMP밖에 없었고, 기존 ‘대학가요제’가 선호하던 록밴드 스타일의 팀들이 대부분이었다. 발라드곡 ‘7년만에’를 부른 임채홍(고려대)이 금상, 복고적인 록 음악 ‘Go, Go, Sing!’을 부른 소리느낌(서울대)이 은상, 홍익대 그룹사운드 블랙테트라가 ‘엄마 친구 아들’로 동상을 차지하는 등 수상 결과를 보면 ‘대학가요제’만의 음악적 성향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또 10여명의 특별출연 가수들이 11개 팀의 본선 참가자보다 훨씬 많은 시간동안 노래를 불러 주객이 전도된 모습이었다. 문호를 넓혀 대학생만의 참신한 아마추어리즘을 강조하지도, 대중에게 다가서는 과감한 변신도 하지 못하다 보니 어느새 ‘대학가요제’ 는 참가자가 아닌 인기 가수들의 특별공연 행사로 변질됐다.
1990년대 이후 음반기획사가 대중음악 시장의 중심에 자리 잡으면서 ‘대학가요제’는 더 이상 새로운 뮤지션을 배출하는 창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가요제’의 존재 의의는 무엇에서 찾을 수 있을까. ‘대학가요제’는 30년의 역사만 자랑할 것이 아니라 대학가 가요제전으로서 보여주고자 하는 음악의 미래를 제시할 시점이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