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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테러만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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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테러만은 안된다

입력
2006.10.0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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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걱정이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이 심화되고 증오의 정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드디어 정치테러까지 생겨나고 말았다.

즉 일각에서 수구라고도 부르는 냉전적 보수노선을 대표하는 조선일보의 방우영 명예회장 부부가 성묘를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괴한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정말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자신과 입장이 다르고 밉다고 테러라니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사실 냉전적 보수세력에 대한 테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얼마 전에도 유세중인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커터 칼로 공격한 테러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 사건이 비정상적인 돌출분자의 단순한 돌출행위였다면 이번 사건은 그런 것 같지 않다는 점에서 사태는 훨씬 더 심각하다.

● 이념 갈등, 해방정국 상황 재현 우려

성묘를 마친 방 명예회장 부부가 탄 벤츠 승용차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괴한 2명이 달려들어 승용차 뒷유리를 벽돌로 내리치고 도망갔는데 벽돌을 싼 종이에 '민족의 적'이라고 적혀 있었다니 정치테러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같은 테러는 결국 진보인사들에 대한 냉전적 보수세력의 보복 테러를 불러오는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서 여간 걱정이 아니다.

직접적으로 테러를 한 것은 아니지만 냉전적 보수세력 역시 노무현 정부에 대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좌파정권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면서 무장저항 등을 선동해 왔다.

또 얼마 전에는 태국의 쿠테타와 관련해,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이 쿠테타를 선동하는 논평을 발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대로 가다간 김구, 여운형 같은 좌우익의 주요 지도자들을 줄줄이 테러로 잃은 해방정국의 상황이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든다.

사실 해방정국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극우냉전체제로 전환한 뒤 우리 사회는 다른 많은 나라들과 달리 테러의 무풍지대였다. 자위적 차원에서 무기를 들어야 했던 80년 광주와 같은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반공체제하에서 테러는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민주화운동은 오히려 분신과 같은 자기테러를 선택했다.

다만 간헐적으로 있었던 것은 극우반공체제에 의문을 제기한 용기있는 판사나 정치인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 용공 시비를 걸며 극우세력이 행한 초산테러 등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증오의 정치가 기승을 부리면서 테러가 살아난 것이다. 이처럼 증오의 정치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잇따른 대선 패배 후 냉전세력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적극적인 조직화와 선전활동에 나서면서 이념 갈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주목할 것은 과거에는 살벌한 유신과 5공 치하에서도 민주화운동진영이 절대적인 도덕적 우위를 지녔기 때문에 증오의 정치가 지금처럼 기승을 부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따라 민주화운동 출신의 도덕적 우위가 무너지자 증오의 정치가 전면화됐다. 또 호남이 집권을 하면서 호남에 대해 가졌던 죄의식을 해소해버린 것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는 노 대통령의 전투적 리더십과 어법도 빼놓을 수 없다.

● 증오의 정치 부추기지 말라

따라서 정치인들과 여론지도층은 절제된 어법으로 증오의 정치를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 또 테러가 자신들의 의도와 정반대로 조선일보와 냉전적 보수세력에 대한 동정심을 불러일으켜 이들의 입지를 도와주고 이들의 영향력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는 박근혜 의원이 테러 공격을 받은 뒤 인기가 급상승한 것이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상황에서 테러는 도덕적으로, 정치적으로 있어서는 안되는 잘못된 행동일뿐 아니라 정반대의 결과만 가져올 멍청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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