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순간에는 한 마리 새가 되는 느낌입니다."
제58주년 국군의 날(10월1일) 기념행사에 고공강하시범을 보일 특수전사령부(이하 특전사) 소속 여군 김희영(24) 중사는 고도 6,000피트(약 1,830m)의 CH-47 헬기에서 강하훈련을 하면서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본보는 지난 18일부터 5일간 충남 계룡대에서 벌어진 국군의 날 기념 고공강하시범단의 훈련 모습을 헬기에 직접 동승해 카메라에 담았다. 기념 행사에선 특전사 여군 5명과 미군 3명, 민간인 1명 등 모두 30여명이 5분간 낙하산으로 멋진 그림을 하늘에 수놓는다.
고공강하 대원들이 손목에 찬 고도계가 6,000피트를 가리키는 상공에 헬기가 이르자 강하조장이 손가락 3개를 펴보이며 아래를 가리킨다. 3분 뒤 낙하한다는 수신호이다. 헬기에 오르기 전 지상교육을 통해 강하지점, 시간, 바람 방향과 세기 등을 충분히 익힌 대원들의 얼굴에 일순 긴장감이 돈다. 이윽고 강하조장의 지시가 떨어지고 10여명의 대원은 1~2초 간격으로 창공에 몸을 날린다.
700회 이상을 강하한 강현서(26) 중사는 5명의 여군 중 가장 선임이다. "어려운 환경에도 강하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모든 대원이 무사히 훈련을 마칠 때가 제일 좋습니다." 강 중사는 강하훈련 중 다른 대원과 부딪혀 낙하산 줄에 묶이는 죽을 고비를 넘긴 경험이 있다. "창공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두려움은 없습니다." 실제로 100회 이상 강하를 하다 보면 두려움은 사라진다고 한다.
세계군인대회에 참가해 남자도 힘든 기술강하를 멋지게 해보고 싶은 것이 강 중사의 야심이다. 자그마한 체구의 6년차 이경만 중사는 "저희의 시범을 보고 국민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 특전사 대원이 된 것이 자랑스럽다"며 환하게 웃는다.
강하훈련은 지상요원과의 완벽한 궁합이 이뤄질 때 비로소 성공을 보장한다. 낙하대원의 임무완수와 안전을 위해 땅 위에서는 지상통제관이 끊임없이 상공과 교신한다. 저 멀리 성냥갑만하게 보이던 두 대의 헬기가 계룡대 상공에 도달하자 연병장에서 대기중이던 지상통제관 김춘호 원사의 목소리가 다급해진다.
"태극기 좀더 왼쪽으로 더 나가란 말이야. 연단에서 안 보이니 7계단, 다운플랜, 다이아몬드는 뒷산능선을 넘어가 봐." 낙하산으로 바람을 가르며 내려오는 대원들에게 연신 무전기로 주문을 한다. 고공강하 시범단 현장 총책임자인 김현환 소령은 "훈련과 실전이 따로 없다"며 "매번 마지막 대원이 땅 위에 내릴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고유가의 경제적인 부담과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상변화로 매년 강하훈련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연간 400회 정도 예정되는 훈련이 올해는 200회가 채 안 된다 3,000회 이상 강하한 베테랑으로 강하조장인 신희규(44) 상사는 또 다른 아쉬움을 토로한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힘든 훈련을 받은 여군들이 장기 복무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것이다. "여군의 경우 4년 동안 어렵게 배워 숙달될 시점에 군에서 나가야 하니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입니다."
고공강하 훈련을 마치고 동료와 낙하산을 든 채 연병장을 걸어 나오는 대원들의 환한 웃음에서 조국과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다.
글ㆍ사진=홍인기 기자 hongi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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