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분양가 거품논란을 빚은 서울 은평뉴타운 지역 거주자들로부터 지난 6월에 이미 분양가의 문제점에 관한 감사청구를 접수하고도 무시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감사원은 당시 거주자들의 청구를 법령위반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단순히 일축해 국민 참여감사를 내세운 국민감사청구제도의 취지를 스스로 훼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감사원이 29일 국회 법사위 소속 열린우리당 이상경 의원에게 제출한 ‘감사청구 접수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2003년부터 올 8월까지 접수된 총 145건의 국민감사청구 가운데 18.6%인 27건만이 인용됐다. 또 같은 기간 접수된 384건의 공익감사청구 중에서는 152건(39.5%)만이 인용됐다.
국민감사청구는 공공기관의 법령위반이나 부패행위에 대해, 공익감사청구는 공공기관의 주요 정책 및 사업, 제도개선에 대해 일반인이 300명 이상 연서해 감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 6월 서울 은평구 주민 신모씨 등은 “서울시가 공영개발을 통해 진행하는 사업이 보상가는 낮고 공급가는 높아 원주민의 재정착률이 낮은 것은 큰 문제”라는 취지의 감사청구서를 냈다. 그러나 감사원은 법령위반 사실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의 주장을 인용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에 앞서 지난해 5월 시민단체 흥사단이 ‘게임업소 상품권 인증과정 비리’와 관련, 문화관광부를 상대로 공익감사청구서를 냈으나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묵살한 바 있다. 감사원은 이어 같은 해 6월 상품권 선정 과정에서 탈락한 H법인이 같은 내용의 국민감사청구를 요청했으나 “개인은 감사청구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청구안 접수조차 거부했다.
이 밖에 감사원이 인용하지 않은 감사청구 중에는 ‘계룡산 국립공원 관통도로 공사’, ‘임대아파트 편법 분양’, ‘초등학교 0교시 특기적성교육의 부적정’, ‘경기지방공사의 아파트 분양가 부당 책정’ 등 사회적 민감 사안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민감사청구의 경우 지역 주민이나 이해 집단의 민원 사항인 경우가 많다”며 “현재의 감사 인력으로는 국민감사청구를 많이 수용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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