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글ㆍ백대승 그림 / 한솔수북 발행ㆍ8,900원
먹보 호랑이, 산신령 호랑이, 심술 궂은 호랑이, 은혜 모르는 호랑이, 효성 지극한 호랑이….
옛 이야기에 나오는 호랑이는 때로는 무섭고, 때로는 익살스러우며, 또 때로는 따뜻한 존재다. 이야기에도, 그림에도, 책에도 등장하는 호랑이는 그래서 힘이 넘치고 위엄 있으며 인정 많은 모습으로 오랫동안 우리 겨레와 함께 한, 문화 원형의 하나였다.
‘하얀 눈썹 호랑이’에는 하얀 눈썹으로 사람의 속 마음을 들여다보는, 신통한 호랑이가 나온다. 호랑이는 나쁜 꾀가 많아 여우처럼 보이는 여자도, 욕심 많아 너구리로 보이는 남자도 꿀꺽 삼켰다. 어느날, 이상하게도 사람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호랑이는 마을로 내려가 하얀 눈썹을 움직여 사람의 마음을 살펴봤다.
호랑이에게 그들은 모두 남 욕 잘하는, 독이 가득한 뱀처럼 보였다. 착한 사람이 없어 실망하고 돌아오는 길에, 자기를 알아보는 도롱이 쓴 한 아이를 만난 호랑이. 아이는 남을 도울 수 있게 사람 속 마음을 알 수 있는 법을 물어보고 호랑이는 아이의 깨끗한 마음을 알아보고는 하얀 눈썹 하나를 주면서 “외롭고 힘들고 병든 사람을 돕는데 써야 한다”고 당부한다.
책 속에서 불쑥 튀어나와 눈썹을 휘휘 움직일 것 같은 호랑이 그림에는, 민화의 해학적이고도 익살스러운 멋과 맛이 오롯이 담겨 있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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