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검사가 민사 재판에 활용하기 위해 형사 사건 수사기록을 보내달라는 법원의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법관들이 민사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형사사건 기록을 참고하는 관행을 비판하면서 “검사 수사기록을 던져 버리라”고 발언한 데 따른 일선 검사의 불만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조치로 풀이된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 김관정 검사는 27일 강제집행면탈 사건과 관련한 수사기록을 보내달라는 서울남부지법의 문서송부 요청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김 검사는 “법원이 심리 중인 민사재판의 원ㆍ피고와 검찰에 요청한 수사기록의 고소ㆍ피고소인이 전혀 다른데도 법원이 이에 대한 경위를 소명하지 않아 수사기록 제공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김 검사는 “기존에는 법원의 요청을 그대로 허가했으나 앞으로는 사건 관계인의 프라이버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관련 수사기록 제공여부를 엄격히 심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검사는 “법원은 형사 고소가 함께 이뤄진 민사재판의 경우 검찰 수사기록을 그대로 갖다 쓴다”며 “법정 진술을 재판 서류보다 중시하는 구술주의를 활성화하려면 법원도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검사는 이 결정을 내리기 전 대검과 협의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공판중심주의를 둘러싼 법원과의 주도권 다툼에서 대법원장에게 일격을 당한 검찰이 맞대응 차원에서 이런 조치를 내놓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검은 전국 검찰청에서 10월 중 법원의 민사재판과 관련한 수사기록 제출 요청이 있을 경우 심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렇게 되면 법관들이 법정 진술과 양 당사자가 직접 조사한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실체를 판단해야 한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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