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대상의 대폭 확대는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원가공개 확대가 분양가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철저한 준비가 없을 경우 ‘아니한 만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분양원가 공개는 이론적으로는 분양가 및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 등에서 그 동안 “공공택지에 한해 7개 항목만 공개하도록 한 현 시스템에서는 건설업체들이 얼마든지 이익을 감출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원가공개 확대를 주장해왔다. 사용하지도 않은 비용을 ‘간접공사비’ 항목에 포함시켜 부풀릴 경우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공개대상을 40~50개 항목 정도로 세분화하면 건설업체들의 이익 은닉이 어려워져 적정 수준 이상의 폭리는 취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분양원가 공개와 개념이 비슷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던 경기 하남시 풍산택지지구 에코타운 33평형은 분양가가 평당 950만원으로 인근 동원베네스트 32평형(평당 1,280만원), 동부센트레빌 32평형(평당 1,220만원)보다 20% 정도 저렴했다.
우려되는 부분은 이론을 현실에 적용했을 때 실패했던 사례가 부지기수였다는 점이다. 당장 공개된 원가의 검증 문제부터 논란이 될 수 있다. 주택건설업계 관계자는 “40~50개 항목의 원가를 전문가 몇 명이 일일이 검증한다는 게 쉽지 않다”며 “원가 검증 과정에서 논란이 잇따를 경우 집값 안정이라는 원래 목표는 뒷전으로 밀릴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민간이 구입하는 땅값 등 원가 확인이 쉽지 않은 항목들의 검증 과정에서의 논란, 검증 주체에 대한 자질 논란, 이해당사자의 로비 여부에 대한 문제 등은 골칫거리로 떠오를 소지가 다분하다.
민간업체들이 사업의욕 상실로 공급을 대거 포기할 경우 집값 불안 요인이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공공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이라는 ‘지상과제’를 추진중인 공공부문에서 분양아파트 물량이 필요한 만큼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때문에 시장 전문가들은 준비 과정에서 완벽한 원가 검증 시스템과 허위공개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민간에 대해서도 택지공급 가격 및 세금 인하 등의 당근을 함께 제시해 어느 정도의 공급물량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사안은 대통령과 정부가 여론을 뒤늦게 수용한 측면이 크다”면서 “출발이 급작스러웠던 만큼 철저한 준비가 없다면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은 수포로 돌아가고 각종 부작용만 양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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