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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진 한가위 연휴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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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진 한가위 연휴 백태

입력
2006.09.29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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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10월6일) 연휴는 최대 9일(30일~10월8일)이다. 짧은 기간 북적북적 고향 오가는 일에 익숙했던 예년과는 다르다. 연휴가 길어진 만큼 한가위 맞이도 각양각색이다.

주부는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서고, 미혼 남녀는 짝짓기, 직장인은 해외여행이나 성형수술 등을 계획중이다. 그러나 생업에 찌들고 미래가 암울해 한가위가 여전히 두려운 ‘명절 기피형’도 있다.

●한가위는 기회다-아르바이트, 짝짓기, 성형수술, 해외여행

주부 손모(47)씨는 ‘명절 도우미’로 나설 참이다. 다년간의 식당 주방보조 경력과 동네에서 알아주는 손 맛으로 무장한 그는 29일부터 닷새 동안 남의 집 차례 음식을 대신 요리한다. 하루 8시간 근무에 일당 10만원이다. 그는 “연휴가 길어지면서 차례 음식을 일찌감치 준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짭짤한 수입을 기대했다.

미혼 남녀는 짝짓기에 바쁘다. 명절을 앞두고 홀로 고향 갈 생각에 ‘맞선 열풍’이 불었던 예년과는 조금 다른 이유다. 회사원 김모(33)씨는 “올 설에도 맞선을 봤지만 연휴가 짧아 벼락치기였다”며 “이번엔 진득하게 상대를 만날 시간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에 따르면 한가위 연휴 기간 미팅건수가 하루 평균 110건으로 평소보다 50% 늘었다.

병원도 한가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유명 성형외과나 피부과, 라식 수술 전문 병원은 수술 예약이 꽉 찼다. 라식 수술을 예약한 대학원생 안모(27)씨는 “방학 때도 논문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마음 편히 수술을 받고 고향은 다음에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모습은 낯선 풍경도 아니다. 동남아 등은 몇 달 전부터 항공권이 매진됐다.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는 회사원 임모(30)씨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장거리 여행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한가위는 공포다-대입, 취업 준비, 밀린 업무 처리

긴 연휴가 즐겁지 않은 사람도 많다. 수능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 고시나 취업 준비생, 업무가 밀린 직장인에겐 피 말리는 스트레스가 이어진다. 남들은 즐겁다는 기나긴 연휴가 오히려 싫다. 고향 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이들은 자기 신세가 처량할 뿐이다.

서울 신림동에서 9년째 사법시험을 준비중인 한모(34)씨는 연휴동안 고시학원의 특강이 많아져 더 바쁘다고 했다. 그는 “고향(대구)에 못 내려간 지 오래”라며 “연휴도 긴데 잠깐 들렀다 가라는 부모님께 죄스러울 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고3인 정모(18)군은 “들뜬 분위기 때문에 교과서의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지만 영화 한편 보려고 해도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

취업 준비생의 속은 타 들어간다. 기업들이 연휴 기간 내내 채용공고 자체를 하지 않거나 미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보좌관 신모(33)씨는 다음달 12일 시작하는 국정감사 때문에 연휴 내내 밤샘작업을 해야 한다. 명절이 와도 일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한가위는 그림의 떡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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