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릴판 한 장 한 장은 과거의 추억입니다. 칠하고 긁고 다듬어진 추억을 겹쳐 미래를 표현합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왕성하게 활동중인 화가 박병훈(39)씨가 서울 종로구 소격동 빛갤러리에서 ‘영혼과 진실’을 주제로 10월4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한국일보갤러리에서 30일까지 열리는, 파리에서 함께 활동한 화가들의 그룹전인 제3회 ‘시차전’에도 참가했으니 개인전과 단체전을 한꺼번에 치르는 셈이다.
박씨의 작품은 재료부터 특이하다. 투명 아크릴판 3개에 3가지 원초적인 색채를 고집스럽게 칠하고 이들을 겹쳐 새로운 색과 형체를 탄생시킨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파리에서 공부하는 대부분의 화가들처럼 관광 가이드를 부업으로 했다는 박씨는 그 때문에 방문했던 수많은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영감을 얻었다. “유리에 표현된 색은 세밀함이 떨어지고, 거기 빛이 통과하면 그 색채는 더욱 단순해집니다.” 그는 여기서 단순한 색채 표현을 발견하고 이를 자신의 작품세계에 옮겨놓았다.
1995년부터 가이드를 해와 이제는 ‘명 가이드’로 꼽힌다고 웃으며 말한 그는 경험 만한 스승은 없다고 강조한다. 처음에는 경제 사정 때문에 가이드 일을 했지만 그것을 통한 많은 인연과 경험이 작품활동에 커다란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미술은 평생을 통해 이루어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3년 전 파리 외곽의 자연 속에 작업실을 마련했다는 그는 “자연을 통해 기다림을 배우며 이를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10월 파리 몽파르나스 박물관, 12월 알사스 로렌에서 개인전이 예정돼있다.
박희정 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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