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지명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MBC TV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답게 인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적 정치적 파동으로 확대되는 전 지명자의 국회 동의 문제를 사소한 소란 정도로 인식하는 듯한 맥 빠지는 말이다.
야당을 향해서는 "절차를 보완해 드렸으니 국회 쪽에서 어떻든 결론을 내야 한다"는 말로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위헌 편법 시비를 가볍게 일축했다.
지명과정의 실책이 헌법기관 구성에 중대한 차질을 빚는 사유가 됐고, 정쟁으로까지 전락한 사태에 대해 아무런 유감이나 사과의 표시가 없다는 점부터가 대단히 유감이다.
그러나 실제 더한 것은 그렇게 공을 국회로 던졌다 해도 대통령의 책임과 헌재소장 직의 파행적 상태는 여전히 문제의 핵심을 벗어날 수 없다는 데 있다. 대통령은 전효숙 재판관 인사청문 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한 것을 언급하고 있으나 지명의 절차적 결격사유를 보완하는 것은 그야말로 절차 상의 타협 수준이다.
국회가 청문회를 다시 여는 식의 형식적 동의절차를 밟는 것은 이 파동을 온전히 해결해 주지 못한다. 전 지명자를 둘러싼 위헌적 논란은 아직 해소된 것이 없다.
재판관직을 사퇴한 민간인 신분의 소장 지명이 그렇고, 그에 앞서 임기 연장을 위한 사퇴 자체가 이미 위헌이라는 지적이 엄존한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전 지명자의 처신이나 경륜 등 자질에 관한 논의를 별도로 하더라도 그렇다.
헌재가 국가 헌법체제의 최후 보루임은 대통령 탄핵소추를 기각하고, 행정수도 이전에 제동을 걸었던 경험에서 익히 볼 수 있었다. 헌재를 이끌어야 할 수장이 뒤죽박죽에 만신창이 절차로 만들어지면 그 순간 헌재의 권위와 신뢰, 존경은 함께 무너진다. 해법은 깨끗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려면 잘못을 원천적으로 해소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지명 철회가 바람직한 방법이만 노 대통령이 그럴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으니 자진 사퇴하는 것이 최선이다. "노무현답게 했다"는 TV토론식 수사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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