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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옛글에 빗대어 세상을 말하다' 인문학, 고전 밖으로 걸어나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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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옛글에 빗대어 세상을 말하다' 인문학, 고전 밖으로 걸어나오다

입력
2006.09.29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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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에 빗대어 세상을 말하다 / 강명관 지음 / 길 발행ㆍ1만3,000원

부산대학교 강명관 교수는 줄곧 ‘그 어렵다는’ 한문학을 매개로 일반인들과의 인문학적 교감을 시도하는 학자다. ‘조선의 뒷골목 풍경’(2003년)에서는 ‘태정태세문단세…’의 위세에 치여 역사책 밖으로 내쫓긴, ‘족보’ 없는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의 역동적 일상-현대인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것 없는-을 고스란히 복원해 내기도 했다.

그는 이번에 낸 소고(小考) 모음집 ‘옛글에 빗대어 세상을 말하다’에서도, 오늘날 대한민국의 복잡다단한 초상을, 시간의 더께를 툭 털어낸 고전(古典) 위에 포갠다. 대통령 탄핵, 이라크 파병, 청계천 복원 등, 고전에 빗대면 못할 얘기가 없다. ‘용재총화’ 같은 자유로운 형식의 총서(叢書)에서부터 ‘삼강행실도’‘소학’등 관변 고전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오늘에 접목시켜, 우리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구조와 패러다임의 비인간성을 끊임없이 일깨운다.

그러나 저자는, 고전이 그것을 떠받든 인간들의 구미에 맞게 쉽사리 권력화ㆍ교조화하면서 타락의 길로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놓치지 않는다. 때론 삐딱하게, 가끔은 정곡을 찔러 고전의 우상 뒤에 숨은 거대 담론의 폭력과 억압을 경계한다. 그래서 고전일지라도 가려서 비판적으로 읽기를 당부한다.

강 교수는 글 곳곳에서 조선 사대부들의 편협한 이념 독재와 성리학 편식을 꼬집는다. 그러면서, 관중도 떠나고 선수를 구하기도 힘든 지금 인문학의 위기는 학문 자체의 위기가 아니라, 대중과의 소통을 ‘잡문’이라 비웃는 상아탑, 인문대학의 위기일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어쩌면,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키듯 ‘잡문’들이 도리어 위기의 인문학을 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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