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28)은 잘 웃는다. 잘생긴 외모는 아니지만 환하게 웃을 때 작은 눈이 초승달처럼 휘는 모양이 천진난만해보인다. 하지만 그의 비올라 연주는 듣는 이를 울린다. 깊고 애절한 비올라 선율에 그의 슬픈 인생이 겹치기 때문일까. 전쟁 고아로 미국에 입양된 그의 어머니 이복순씨는 정신지체 장애에 미혼모라는 상처까지 안고 있다. 아버지 없이 태어난 오닐은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그런 그가 이번엔 아예 청중들을 울리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최근 발매한 2집 타이틀은 ‘라크리매’(Lachrymae). 라틴어로 울음, 눈물이라는 뜻이다. 오펜바흐의 ‘자클린느의 눈물’, 소르의 ‘라 로마네스카’, 블로흐의 ‘기도’ 등 모두 슬픔을 테마로 한 곡들이 수록됐다. 특히 마지막 앙코르곡인 이흥열의 ‘섬집 아기’는 가슴이 딱딱한 사람도 울컥 하는 감정을 느낄 수 밖에 없을 만큼 울림이 오래 간다. 마치 그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듯 한 연주다.
오닐 역시 ‘섬집 아기’에 대한 애착이 크다. 2집 발매 기념 전국 투어를 위해 내한한 오닐은 29일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말을 배우는 모임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노래인데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와 슬픈 가사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았다”며 수록곡 중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꼽았다.
오닐은 이 곡을 녹음할 때 협연한 클래식 기타리스트 김진택의 연주를 들으며 내내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고 한다. 그의 바이올린 레슨을 위해 왕복 6시간이 걸리는 운전을 마다하지 않았던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제 개인적인 감정들을 담아 연주했지만 듣는 분들은 각자의 감정을 갖고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수 차례 한국에 왔지만 추석을 맞기는 처음이라는 그는 “추석을 한국에서 보내게 돼 너무 기쁘다. 송편을 꼭 먹어보고 싶다”며 기대를 표시했다.
비올리스트로는 최초로 줄리아드 음대 대학원에 입학한 오닐은 이 학교의 한국인 교수인 강효 씨로부터 ‘용재’라는 한국 이름을 얻었다. 지난 5월 미국 클래식계 최고 권위의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를 수상했고, 그래미상 베스트 솔리스트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오닐은 다음달 1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시작으로 경기도 문화의전당(14일), 대구 학생문화센터(20일), 노원문화센터(21일), 부산 문화회관(22일), 춘천문화예술회관(24일),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28일)을 도는 전국 투어를 한다. 클래식 대중화를 위한 CJ문화재단의 캠페인 ‘We Love Classic’의 첫 번째 아티스트로 선정돼 티켓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2~5만원으로 책정됐다. 다음달 27일 통영국제음악제 가을 시즌의 오프닝 무대도 그의 몫이다. (02)751-9608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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