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요구를 수용한다며 기존 입장을 바꿨다. 취임이후 시민단체는 물론 여당의 공개 요구에 “시장원리에 맞지않는다”며 일축해온 그다. 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신을 바꾼 데 대해 “내 생각과 달리 국민이 원하니 나도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분양원가 공개는 여당이 압승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여당의 핵심 선거 공약이었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뒤 “당이 대통령의 소신을 잘 모르고 잘못 공약했다”며 백지화했다. “아파트 분양도 10배 남을 수도, 10배 밑지는 수도 있는 장사인데 분양원가 공개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게 노 대통령의 논리였다.
그러나 지지층의 이탈 등 후유증은 컸다. 당시 열린우리당 김근태 원내대표가 “계급장을 떼고 토론하자”며 맞서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한나라당까지 공공부문 원가공개를 당론으로 내세우며 아파트 가격 폭등에 성난 여론을 좇았지만 노 대통령은 요지부동이었다. 진보적 시민단체 등은 이를 참여정부가 내세운 코드와 정책이 엇갈린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그럼에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던 노 대통령이 2년 뒤 생각을 바꾼 데는 최근 상황이 결정적이었다. 판교ㆍ파주 신도시에 이어 서울 은평 뉴타운 아파트 고분양가 파문이 터진 것이다. 과도한 분양가가 아파트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잠잠하던 분양원가 공개요구에 다시 불을 지폈다.
분양가를 잡지않는 이상 보유세, 양도세 중과 등 참여정부가 내세운 ‘세금폭탄’도 역부족이란 지적이 거세졌다. 얼마 전 여론조사기관인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선 국민의 88.7%가 분양원가 공개를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 대통령이 이날 “그 전에는 반대를 했는데 이젠 반대를 할 수가 없게 됐다”고 말한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분양원가 공개가 시장경제에 맞지않는다는 대통령의 소신은 변함이 없으나, 최근 은평 뉴타운 건을 계기로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마침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실 등에서도 분양원가공개가 필요하다고 보고했고 노 대통령은 결국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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