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은 늘기만 하는데 금리마저 치솟네…”
은행에서 대출 받은 가계빚이 8월말 현재 327조6,000억원으로 치솟은 데 이어 가계대출 평균 금리까지 연 6%대에 진입하면서 2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8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동향’에 따르면 가계대출 평균금리(신규 취급분 기준)는 연 6.03%로 전월 대비 0.08%포인트 올랐다.
이는 2004년 4월의 연 6.0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중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전달에 비해 0.07%포인트 오른 연 5.86%를 기록, 2004년 7월 5.93%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신용대출금리도 연 6.28%로 0.03%포인트 상승했다.
가계 대출 금리는 올들어 횡보세를 보이다 지난 5월 이후 본격적인 오름세를 탔다. 직전 저점인 지난해 6월 5.28%과 비교하면 1년2개월 만에 0.75%포인트 상승했다.
지금 1억원을 대출 받는다면 1년 전보다 이자부담이 연 75만원 늘어난다는 얘기다. 특히 은행 가계 대출의 약 55%가 주택구입용도의 장기 대출이고, 개인의 가처분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1.4배나 돼 금리 변동에 취약한 현실을 감안하면 가계가 금리 인상으로 인해 느끼는 충격은 단순히 수치로 드러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것이다.
게다가 6월 이후 은행의 창구지도 등의 영향으로 주택담보 대출이 어려워지자,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도 가계살림의 금리 민감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2일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년 들어 10% 상회하고 있어 점검이 필요하다”며 “금융시장 불안요인에 대해서는 조기 대응해 불안심리를 차단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금감원은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개인 금융부채 비율이 2002년 이후 1.3배 수준에 머물다 지난해부터 1.4배로 상승했지만, 아직까지는 미ㆍ일과 비교할 때 과도한 수준은 아니라는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민간 금융기관들은 이 같은 비교는 한국 가계자산구성의 특수성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가계자산은 그 대부분이 부동산 관련 자산이어서, 금리가 상승하면서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진다면 그 충격을 고스란히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가계의 상당수가 향후 주택가격의 상승을 기대하며 거액의 주택담보 대출을 받은 상태인데, 주택가격이 정체된 상태에서 금리가 오른다면 단기적으로는 가처분 소득의 감소로 인한 소비둔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자산효과에 따른 소비심리 약화가 이어져 전반적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 가계대출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2년 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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