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서쪽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 세이셸 군도.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세계적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일생동안 꼭 가봐야 할 여행지 50곳’ 중 한 곳으로 선정했을 만큼 신비한 자연 환경과 보석 같은 백사장, 푸른 산호초를 자랑하는 휴양지다. 그런 만큼 세계에서 방값이 가장 비싼 호텔들도 즐비하다.
백만장자들이나 올 법한 이 곳에 최근 검은색 양복에 넥타이를 맨 외국 비즈니스맨들이 대거 입국했다. 다름아닌 92개의 섬 전체를 리조트로 개발하는 이 나라 프로젝트와 관련, 에어컨 공급권을 따기 위해 몰려든 세계유수 전자 업체 직원들이었다. 세계적인 시스템 에어컨 업체인 다이킨을 비롯, 미쓰비시 트레인 등이 입찰서를 냈고 우리나라 업체들도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치열한 경쟁 끝에 220만달러(약 22억원) 규모의 1차 시스템 에어컨 공급권을 따낸 곳은 LG전자. 이름도 낯선 머나먼 아프리카 작은 나라에서, 쟁쟁한 경쟁사를 따 돌리고 LG전자가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뜻밖에도 해답은 ‘학교’에 있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설립한 ‘LG 에어컨 아카데미’가 리조트 개발자에게 큰 신뢰를 준 줬다”고 밝혔다.
입찰 프리젠테이션에서 다른 업체들이 기술과 가격을 강조할 때, LG전자는 에어컨 시공 및 기술 교육 을 실시하는 ‘LG 에어컨 아카데미’를 소개하는데 포인트를 맞췄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카데미 인력을 통해 설계 시공 유지 보수 등 에어컨 운용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했고, 이 점이 발주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던 것이다.
실제로 남아공은 세이셸과는 비행기로 불과 2시간 거리여서 문제발생시 기술인력의 ‘즉시 출동’이 가능하다. 결국 물건을 팔기 전 먼저 기술인력을 배출하는 학교를 설립한 것이, 신시장 개척에 던 비결이 된 셈이다.
LG전자는 이처럼 시장 공략에 앞서 기술 학교부터 설립하는 전략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지금까지 LG전자가 해외에 세운 에어컨 아카데미만 해도 모두 여섯 곳에 달한다.
LG전자는 28일(한국시간) 페루 리마에 위치한 국립기술전문학교 ‘호세 파르도’에 또 하나의 ‘LG 서비스 기술학교’를 설립했다. 3년 과정으로 진행되는 이 학교에선 TV와 DVD 오디오 모니터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전자제품에 관한 이론과 실습교육을 진행한다.
학기 중엔 기술교육을 실시하고, 방학 때는 LG전자 서비스센터에서 직접 실습기회를 갖는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졸업 후 LG전자 취업기회가 부여되는데, 현지 학생들에게 ‘LG전자 배지’는 꿈 그 자체다.
이날 설립식에 참석한 마누엘 솔리스 고메즈 페루 교육부 고등기술 교육국장은 “LG가 대학과 산학연계를 맺음으로써 낮은 취업률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줬다”고 말했다. LG전자의 기술교육 학교설립 전략이 현지인들로부터 기업이미지를 끌어올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LG전자 고객서비스부문장 이상용 상무는 “전세계 고객에게 감동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재양성의 해법은 바로 학교를 세우는 것”이라며 “이러한 산학 연계와 인재 육성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미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 LG의 전략”이라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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