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감사 결과가 샛길로 빠지는 분위기다.
‘국책은행 청원경찰ㆍ운전기사 최고 연봉 9000만원’이라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로 인터넷이 들끓고 있다. 비단 온라인 뿐만 아니라, 술 좌석에서도 “너 연봉은 그 정도냐” “우리도 운전이나 할까” 등 화제는 온통 이들의 고연봉 얘기다. 이 직군이 비정규직이 일반화돼 있고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 상황에서 상식을 깨는 높은 연봉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여론이 지나치게 이들 연봉에 대한 논란으로만 번져 정작 중요한 문제는 묻히고 있는 상황이다.
연봉 6,000만원대인 정규직 청경이나 기사는 대부분 20년 이상 근무한 고참들이다. 국책은행들이 외환위기 이후로 신규사원들은 용역이나 파견 등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이전에 입사한 정규직은 무턱대고 짜를 수 없다. 한국은행이 감사발표 다음날 직급별 임금상한제 등의 개선방안을 내는 등 국책은행들이 오히려 이들 임금을 삭감하거나 구조조정할 기회로 활용할 움직임도 보인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당장 한국은행만 해도 기능이 거의 상실된 16개 지역본부와 3개 지점의 처리 문제가 더욱 시급하다. 지방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기능이 폐지됐고 업무 전산화와 인터넷 발달로 할 일이 거의 줄어들었는데도 지역 본부가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지역 주민 반발을 이유로 지방본부 정리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출입은행은 1~2급의 상위직 정원이 대폭 늘어났는데도 상위직 인원이 정원을 초과하는 등 고위직 비율이 과다한 상태다. 산업은행은 여신 고객수가 줄고 있는데도 지점간 통폐합 없이 오히려 새 지점을 신설하는 등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국책은행들이 청경 운전기사 고연봉 논란을 틈타 만만한 하위직만 손 보면서 생색내기를 한 뒤 자신의 핵심 문제는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을지 우려된다.
송용창 경제부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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