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국제관계위가 27일(현지시간) ‘한미동맹 위기인가’를 주제로 연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한미동맹의 현주소에 관해 다양한 견해를 쏟아 냈다. 한미간에 존재하는 이견표출을 보다 성숙한 동맹관계로 발전하기 위해 거쳐야 할 단계로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동맹의 균열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심각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소속 당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면서 민주당측에선 한미동맹 위기의 책임이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있다는 얘기가 나온 반면 미국에 대한 한국의 배신을 거론하며 한국을 못마땅하게 보는 공화당 의원도 있었다.
이날 청문회를 끝으로 사실상 32년간의 의정활동을 마감한 헨리 하이드(82ㆍ공화) 위원장은 “한미동맹은 지금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면서도 지난 8월 한국 방문 때와 지난 13일 노 대통령의 방미 당시 이뤄졌던 노 대통령과의 면담에 대해 언급, “우리가 직면한 이견은 더 성숙하고 평등한 동맹으로 가는 길에 놓인 돌뿌리일 뿐”이라며 동맹의 미래를 긍정 평가했다.
미 하원내 대표적 지한파인 그는 “핍박 받는 북한 주민들과 한반도 평화유지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근심은 미국 사람들의 걱정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이드 위원장은 그러나 미 성조기가 그려진 한강 괴물이 미군기지의 오염물질에서 생겨난 것으로 묘사한 영화 ‘괴물’에 대해 “할리우드 영화제작자들은 영국 등 동맹은 좋은 사람, 독일ㆍ일본 등은 나쁜 사람이라고 표현했는데 한국에서 반미감정을 선동해 이익을 보려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기본 전제가 사라진 것 같다”며 반미감정에 일침을 놓았다.
민주당 소속 개리 애커먼 의원은 한미 갈등의 책임을 부시 대통령에게 돌리면서 “지난 5년 동안 부시 행정부는 한국이 멀어져 가도록 만들었다”며 “부시 대통령의 정신분열증적 정책은 지난 2001년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최근 정상회담까지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부친이 한국전 참전용사라고 밝힌 공화당 데이너 로우르바세르 의원은 “오늘 날 한국 정부는 (한국전쟁 때) 미군의 희생에 감사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한국 정부는 대북 협상 때 인권문제를 제기하지 않거나 탈북자들을 도우려 하지 않는데 이는 50여년 전 미군이 흘린 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노무현 정권을 겨냥했다.
민주당 톰 랜토스 의원은 “미국과 한국은 더 이상 최고의 친구는 아니며 한미동맹은 의심의 여지없이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현실을 진단한 뒤 “하지만 우리 사이엔 경제적, 정치적, 안보적으로 많은 유대가 살아 있다”면서 부시 행정부가 좀더 동맹국들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충고했다. 동아태소위 위원장인 공화당 짐 리치 의원도 미 행정부가 검토중인 대북 제재를 우려하며 “이 시점에 (대북제재보다) 더 무모하고 위험하며 미국의 국익을 저해하는 것은 없다”면서 적극적인 한국과의 공조 필요성을 역설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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