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기다린 결혼의 꿈이 악몽이 될 것 같아요.”
#12월의 신부가 될 오모(30ㆍ회사원)씨는 최근 속앓이가 늘었다. 예비신랑 때문이 아니다. 300만원을 들여 결혼식과 결혼앨범 촬영 때 입을 드레스와 메이크업 등을 맡긴 웨딩컨설팅 업체의 상혼(商魂)은 횡포에 가까웠다.
시작부터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담당매니저가 골라준 드레스는 때가 타고 맘에도 들지 않았다. 다른 옷을 선택하자 매니저는 “비싼 드레스라 20만~30만원의 추가비용이 든다”고 대수롭지않게 말했다. 꾹 참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석연치 않은 추가비용이 이어지자 오씨는 계약을 취소하고 계약금(60만원) 환불을 요구했다. “계약금을 반환한 사례가 없고, 좋은 게 좋은 건데 그냥 하시죠”라는 기가찰 대답만 돌아왔다.
#9일 서울 성동구의 한 예식장에서 식을 치른 구모(34)씨는 결혼식만 생각하면 짜증부터 난다. 신랑입장을 하려는데 예식장 직원이 난데없이 “행진 때 터지는 축포는 16만원”이라며 사인을 요구했다. 계약했던 것보다 음식도 모자라 시골에서 올라온 손님들이 배를 주리고 돌아갔다. 예식장에 항의했지만 “나 몰라라”라는 식이다. 구씨는 소송을 준비중이다.
올해 결혼하는 신랑 신부는 식도 올리기 전에 파김치가 되고 있다. 춘분이 두 번(2월4일과 내년 2월4일) 든 ‘쌍춘년(雙春年)’에 결혼하면 백년해로한다는 속설 때문에 예식장 잡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게다가 예식장, 웨딩컨설팅, 여행사 등 관련업체는 결혼 수요증가와 “일생에 한번 있는 날인데 사소한 문제를 키우고 싶지 않다”는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신랑 신부를 ‘봉’으로 여긴다.
수법도 가지가지다. 예식장은 계약에도 없는 항목을 추가로 만들어 돈을 요구하고, 웨딩컨설팅 업체는 신랑 신부에겐 아무런 선택권도 주지않는 배짱영업을 하고 있다. 여행사는 일단 예약을 한 뒤 결혼식 즈음에 “항공권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고가의 항공권 구매를 요구하는가 하면 막상 신혼여행지에 가면 프로그램도 뒤바뀌어 있다.
결혼 관련 업체들은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변명뿐이다. 서울 청담동의 한 웨딩스튜디오 사장 이모(43)씨는 “웨팅컨설팅 회사는 형식에 불과하고 실제 일을 보는 이들은 사업자등록도 필요 없는 매니저들이라 계약 내용만큼 충실히 진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호보원은 28일 올해 접수된 결혼 관련 민원이 970건으로 지난해보다 100건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결혼준비대행과 관련해선 서비스 ‘이용일수’를 계산할 수 없는 등 법 규정이 허술해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계약 전에 꼼꼼하게 따져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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