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광주 KIA전을 앞둔 한화 김인식 감독(59)의 표정엔 여유가 있었다. 지난 주 초 삼성과의 4연전에서 1승3패를 당했을 때만 해도 3위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최근 3연승을 거두며 한숨을 돌린 덕분이었다.
김 감독은 “4위 KIA와 2.5경기, 5위 두산과 3.5게임차니까 앞으로 남은 6경기에서 반타작만 해도 되겠지”라며 웃음을 지었다. 좋은 일도 있었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 전에 앞서 대전 지역 방송사로부터 ‘한빛대상’을 수상, 상금 500만원까지 받았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을 4강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 받은 것이다.
또 지난 1991년 신생팀인 쌍방울에서 첫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전날까지 개인 통산 799승(827패40무)을 달성, 김응용(전 삼성ㆍ1,463승) 김성근(전 LGㆍ866승) 강병철(856승) 롯데 감독에 이어 4번째로 800승을 눈앞에 뒀다.
최근 2경기 연속 결승타를 때려낸 6번 이범호가 이날도 맹타를 휘두르며 스승의 가슴에 ‘명예 훈장’을 달아줬다. 7회 선두 타자로 나와 KIA가 자랑하는 특급 불펜 한기주로부터 우익선상 2루타를 때려낸 후 동점 득점을 올린 이범호는 연장 11회 초 2사 1루에서도 윤석민의 7구째 슬라이더를 잡아 당겨 좌월 투런포(시즌 20호)를 작렬 시켰다.
전날 SK전에서 8회 만루 홈런을 쏘아 올린 데 이어 2경기 연속 결승 홈런. 지난 2004년 이후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때려낸 이범호는 올시즌 팀내 최다인 14개의 결승타를 때려내는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연장 10회 마운드에 오른 오뚝이 지연규는 지난 2003년 8월31일 LG와의 잠실 더블헤더 2차전 이후 3년 여 만에 감격적인 승리를 맛보며 92년 프로 데뷔 후 개인 통산 10승을 채웠고, 11회 등판한 마무리 구대성은 1이닝동안 1안타 1볼넷을 내줬으나 무실점으로 틀어 막고 35세이브로 두산 정재훈과 공동 3위에 올랐다.
쌍방울(91~92년)에서 93승, OB와 두산(95~2003년) 579승, 한화(2005년~현재)에서 128승을 거두며 800승을 채운 김 감독은 이날 승리 후 주장 이도형으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전달 받았고 선수단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한 김 감독은 “오늘까지 현장을 지키다 보니 800승을 하게 됐다. 선수들과 구단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1,000승을 채워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게 내 맘대로 되느냐”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었다.
4위 KIA는 뼈아픈 재역전패를 당하며 이날 경기가 없었던 두산에 반 게임차로 쫓기게 됐다. 인천에서 SK도 롯데와의 경기에서 연장 11회 김동건의 끝내기 안타를 앞세워 5-4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광주=이승택기자 lst@hk.co.kr
인천=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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