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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감독 "내 이름 건 펀드 책임 두렵지만 수익 20% 넘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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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감독 "내 이름 건 펀드 책임 두렵지만 수익 20% 넘어야죠"

입력
2006.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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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의 승부사’ 강우석(46) 감독이 다시 주사위를 던졌다. 이번엔 감독이 아니라 펀드 운용 책임자로서다. 강 감독은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신보창업투자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내건 500억원 규모의 영화투자 전문 ‘강우석 펀드’ 조성 조인식을 가졌다. 국내에서 영화인의 이름을 딴 영화투자 펀드는 ‘강우석 펀드’가 처음이다.

‘강우성 펀드’ 조성은 영화 시장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강 감독은 연간 제작편수가 100편을 넘는 등 외형상 충무로가 활황을 맞이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위기의 징후가 농후하다고 보고 있다.

“올해 ‘괴물’ 등 몇몇 작품을 빼면 한국영화 대부분이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적자 영화가 늘면서 투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시나리오가 아무리 좋아도 영화제작이 쉽지 않게 될 것입니다.”

강 감독은 그 동안 수 차례 영화 펀드 운용 제안을 받았으나 모두 거절했다. 하지만 위기가 뻔히 보이는 현 상황을 수수방관 할 수만은 없었다. “주변에서 제가 나서야 한다고 강하게 설득했습니다. 후배들을 위해 역할 모델을 해야겠다는 의무감도 작용했고요.” 외부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영화에만 투자할 수 있다는 조건도 그에게는 매력적이었다.

그는 “투자 기준은 오로지 ‘책’(시나리오)”이라고 잘라 말했다. “제가 대주주로 있는 ‘시네마 서비스’의 영화를 우대하는 등 정(情)에 이끌리는 투자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총대’를 멨지만 강 감독은 “괴롭고 곤혹스럽다’고 했다. 한달 전에 신보창투의 제안을 받아들지만 내심으로는 투자자가 몰리지 않기를 바랐다. 자기 이름이 걸린 펀드의 운용 책임을 맡는 것이 여전히 두려웠기 때문이다. 흥행성 높은 상업영화와 작품성 높은 저예산영화 사이에서 투자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할 지도 큰 고민이다.

현재 펀드 목표 금액의 60%가 조성됐다. 초과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말로 예상했던 펀드구성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거의 다 모아간다니 ‘이제 나 죽었네’ 하는 심정입니다. ‘강우석이면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고 유수 기업들이 뛰어드는데 제가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그에게는 정해진 보수도 없다. 수익률이 12%를 넘어서면 성과급이 배정되지만 그것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도 일임해서 자세한 내용은 저도 잘 몰라요. 무조건 수익을 내서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겠다는 생각 뿐입니다. 얼마 전 3년간 가정에 충실하기로 아내와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뒤집느라 애 먹었습니다.”

5년 만기 ‘강우석 펀드’의 목표수익률은 20%. 연간 100억원 정도의 수익을 남기고 싶어한다. “그 정도는 벌어야 더 큰 펀드가 조성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그는 “투자의 첫 수혜작은 장윤현 감독의 ‘황진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 감독은 영화 연출도 계속하겠다고 했다. 현재 코미디와 액션 장르의 시나리오 두 편을 작업 중이다. 그는 “액션 영화는 제작비가 만만치 않고 준비도 많이 필요해 아마도 내년 4,5월께 코미디영화 촬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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