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대선 후보 결정을 위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가 정계개편론과 맞물려 정치권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낮은 지지율에 시달리는 열린우리당은 이 제도를 정권재창출로 가는 유일한 비상구로 삼고 방안을 구체화한지 이미 오래다. 그런데 최근엔 관망자세를 보이던 한나라당 일각에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어 논란이 정치권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우리당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사실상 당론으로 정하고 법령정비 및 세부안 마련에 들어갔다. 백원우 의원은 “투표인단의 당원 몫을 따로 정하지 않고 순수한 국민 참여로 100%선거인단을 구성하는 방안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으나, 지역별 인구배분 기준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당내에는 투표인단의 상한선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표를 원하는 국민이면 누구나 거리에 설치한 전자식 투표기를 통해 기표하는 방식이 집중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하면 당 기반이 약한 외부 인사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당내 주자뿐 아니라 고건 전 총리와 강금실, 정운찬, 박원순씨 등 대선후보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출발선에 세우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야당에 비해 낮은 지지율을 ‘국민이 직접 뽑는 후보경선’이란 대형 이벤트를 통해 만회하려는 계산이 들어있다.
한나라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가만있다가 여당의 바람몰이에 또 당할 것”이라는 의견과 “섣불리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신중론이 맞서 있다. 강재섭 대표는 “올해 안에 대선 경선 방식과 관련된 논의는 하지 않겠다”며 “여당이 택도 없는 오픈프라이머리 분탕질을 하고 있다”고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내부는 술렁이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우리당이 국민 200만명을 상대로 후보를 선출하고, 한나라당은 불과 1만여명 정도가 체육관에 모여 뽑으면 한나라당 후보는 ‘체육관 후보’로 전락할 것”이라고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경필 의원도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오픈프라이머리 등 누구나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제도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위해서는 당내 ‘빅3’ 대선주자들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대체로 박근혜 전 대표 측은 반대, 이명박 전 시장측은 관망, 손학규 전 지사측은 긍정적이어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가 실시되려면 여야 합의를 통한 선거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장애물이다. 우리당은 이를 위해 ▦가두전자투표 인터넷투표 등 다양한 투표기법 허용 ▦옥외 경선 허용 ▦선거비용 상한액 조정 등을 골자로 한 법개정을 준비중이다. 만약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반대한다면 개정이 어렵다. 게임의 룰에 해당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여당이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결국 이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하는 와중에 국민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느냐가 도입여부를 결정할 관건이라는 지적들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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