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26일 보도된 월 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하나의 마지막 시도’가 가능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다음달중, 또는 6주후인 11월초께 아시아 지역 순방에 나설 것”임을 밝힌 것은 여러 가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선 라이스 장관이 ‘마지막 시도(last push)’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시기 문제를 언급한 것은 미국이 나름대로 설정하고 있는 시한을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 국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라이스 장관의 아시아 순방은 11월 12~1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준비하는 과정과 맞물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번 APEC 회의는 북핵 문제 전개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대 고비가 될 수 있다. 특히 라이스 장관의 동선은 APEC 참석을 겸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을 준비하거나 수행하는 차원에서 조정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무게가 실린다. 현재로선 구체적인 방문국 및 일정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 방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라이스 장관은 순방 결과를 토대로 APEC 회의에서 북핵 문제 논의를 위한 다자 회동을 갖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 시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치 않으나 이 시도가 결실을 맺지 못할 경우 6자회담을 완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추가 제재 조치 등을 포함한 미국의 대북 압박책이 보다 강경해질 것이란 점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마지막 시도는 대화를 통한 외교적 노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제재를 앞세운 대북 압박도 동시에 진행시키는 구상일 개연성이 높다. 라이스 장관이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대단치 않은 금융제재로는 위협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지금과는) 다른 것도 진행되고 있다” “현 상황은 정말로 수용할 수 없다”“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계속 거부하고 있어 다른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이 라이스 장관의 아시아 순방 때까지 추가 대북제재 조치를 유예할 지는 예단키 어렵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아시아 순방과 추가 대북제재를 별개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라이스 장관의 마지막 시도는 지난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한국 등의 역할에 따라선 제재조치 유예가 실현될 가능성도 있다.
라이스 장관은 “한국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며 한미간에 이견이 많지 않음을 강조했다. 라이스 장관은 또 “노무현 대통령은 대북 식량 및 비료 제공중단이 제재와 동일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언급해 한국의 노력을 평가하는 동시에 앞으로도 이러한 입장이 유지되기를 기대하는 이중적 목적이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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