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미녀’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8번 결혼하고 8번 이혼했다. 그 중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일생의 사랑은 영화배우 리처드 버튼(1925~1984)이었다. 테일러는 1964년 다섯번 째 남편 버튼과 결혼했고, 10년간 부부로 살았다. 가장 오랜 결혼 생활이었다. 두 사람은 74년 이혼했다가 75년 재결합해 화제를 뿌렸다. 그러나 곧 이들은 다시 각자의 길을 찾아 헤어졌다.
올해로 74세. 인생의 황혼을 걷고 있는 테일러는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전 재산을 에이즈 퇴치를 위해 기부할 계획이며 스위스에 있는 버튼의 무덤 곁에 묻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버튼도 “가장 사랑한 여인은 테일러였다”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뒀다. 보기 드문 영화 같은 러브 스토리다.
연예인들도 일반인처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들의 결혼과 이별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단지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일반인과 달리 남남이 되는 극한 상황에서도 천편일률적인 근사한 말을 던진다. “비록 이별은 하지만 언제나 친구처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60년대를 대표하는 스타 최무룡(1928~1999)과 김지미는 69년 이혼을 발표하면서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고별사를 남겼다. 알듯 모를 듯한 말이지만 ‘친구 사이’ 운운보다는 낭만적인 말이다.
연예인들이 주로 내세우는 이혼 사유는 성격차이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아야 할 배우자의 성격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빠른 결단이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파경 이후 들려오는 소문을 종합하면 대부분은 결국 돈 때문에 갈라선다.
지난해 이혼한 배우 이혜영과 가수 이상민이 최근 법정 싸움까지 불사하며 감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역시 돈 때문이다. 두 사람 사이의 갈등에서 7년간 알콩달콩 사랑했던 시절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현실의 사랑은 ‘사랑하기에 세상의 모든 역경을 함께 견딘다’는 내용의 멜로 영화나 낭만적인 노래 가사와는 역시 다른가 보다.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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