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금을 대기로 한 노근리 양민학살사건 추모비 건립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27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미국측이 추모비 건립에 119만 달러를 내기로 했지만 추모사업대상과 성격을 놓고 노근리 유족과의 이견으로 이를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건립비용 사용시한은 이 달 30일까지로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미국측은 추모사업 예산 지출이 한국전 당시 미군에 의해 숨지거나 다친 모든 민간인 피해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추모비 비문에도 ‘노근리’라는 단어와 미군의 가해사실 등을 적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근리사건 유족측은 노근리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과 추모로 특정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유족측은 “미국측 주장에는 진상조사도 안된 모든 미군 관련 민간인 피해사건으로 예산지출 대상을 확대해 노근리사건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전 당시 미군의 무차별 사격으로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주민 300여명이 숨진 사건에 대해 2001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한 후 추모비와 장학사업 명목으로 예산 400만 달러를 책정했다. 미국측은 미군에 의한 피해 민간인 유족 장학사업에 쓰기로 한 280만달러의 사용기한 연장에는 긍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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