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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사극 3파전 "전투냐 사랑이냐 그것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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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사극 3파전 "전투냐 사랑이냐 그것이 문제"

입력
2006.09.2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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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사극의 삼국시대가 열렸다. MBC ‘주몽’, SBS ‘연개소문’에 이어 KBS ‘대조영’이 16일부터 전파를 타면서 방송 3사의 ‘고구려 대전’이 본격적으로 불붙은 것이다. 세 작품은 모두 고구려의 영웅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만 멜로와 전쟁의 비중, 역사와 허구의 배합비율을 달리 하며 각기 다른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KBS 대조영-전투장면 압도적 카리스마… 멜로 얼마나 섞느냐가 변수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보는 것 같았다”는 평이 있을 만큼 ‘대조영’의 전쟁 신은 압도적이다. 수백 명의 엑스트라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스펙터클한 전쟁 신을 자랑하고, 기습, 매복, 전초전, 공성전 등 세부 묘사도 뛰어나 중장년 남성 시청자뿐만 아니라 젊은 밀리터리 마니아들도 관심이 높다. 다른 사극들이 충성심과 영웅성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일신의 영달을 위해 사는 무장 설인귀(이덕화)가 작품의 중심에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반면 요즘 사극에서 비중이 높아진 멜로는 아직 등장하지 않아 폭 넓은 시청자층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오랜만에 보는 정통 사극”과 “관심 없다”로 엇갈리는 것도 그 때문. 대조영(최수종)과 이해고(정보석)가 벌이는 북방패권 다툼에 초린(박예진)을 사이에 둔 삼각관계를 얼마나 잘 조화시켜 나가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SBS 연개소문-정통사극 표방한 중간적 형태… 코미디 섞어 판타지 사극 표방

‘연개소문’은 역사에 기반을 둔 정통사극을 표방한다. 그러나 김유신(이종수)이 비급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는 식의 설정은 판타지 사극에 가깝다. 또 김유신과 연개소문(이태곤)의 가슴 아픈 사랑이나 공처가로 묘사되는 수나라 황제(김성겸)의 코미디 등 여러 요소가 섞였다. 전쟁 신은 ‘대조영’보다는 작지만 ‘주몽’을 앞선다. 그러나 서로 첫눈에 반했지만 신분의 벽에 가로막힌 사랑 등 멜로 라인이 지나치게 전형적이어서 “차라리 멜로를 빼는 게 낫다”는 반응도 나온다. 전쟁 신도 막리지(박인환)가 도술로 비를 불러 수나라를 격퇴했다든가, 화랑의 희생에 자극받은 신라 군사들이 정신력으로 이겼다는 등 설득력이 떨어진다.

‘연개소문’은 여러모로 ‘주몽’과 ‘대조영’의 중간지점에 있다. 그만큼 폭넓은 시청자층을 아우를 수 있겠지만 자칫 어정쩡한 범작으로 흐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MBC 주몽-20명 전투에 '굴욕' 캡처 돌기도… 사랑과 전쟁 연결 전연령층 인기

퓨전 사극을 표방한 ‘주몽’은 멜로를 중심에 놓는다. 최근엔 주몽(송일국)의 첫째 아내가 될 예소야(송지효)를 새로 등장시켜 화제를 모았다. 또 대소의 아내 양설란(박탐희)이 대소(김승수)와 소서노(한혜진)의 관계를 알고 소서노에게 정치적 압력을 가하는 등 사랑과 정쟁을 연결시켜 흥미를 끄는 것은 ‘주몽’만의 강점이다. 그만큼 전 연령층에서 인기를 모은다.

반면 전쟁 묘사는 세 작품 중 최악이다. 때론 주몽이 ‘쌍검’까지 쓰는 등 화려한 검술로 시선을 모으지만, 전쟁의 대부분이 벌판에서 20여명의 엑스트라가 싸우는 것일 만큼 스케일이 작다. 인터넷에서 전쟁 장면 캡처 사진이 돌면서 ‘주몽의 굴욕’으로 불렸을 정도. 또 중반을 넘기고도 주몽의 영웅적 면모가 드러나지 않는 등 스토리 전개도 허술하다. 지상파 전 프로그램을 통틀어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초반과 달리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패권을 잡은 ‘주몽’이 조금씩 흔들리는 사이 ‘연개소문’과 ‘대조영’이 고구려 사극 대전의 지형도를 바꿔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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