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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브라운 끝까지 안 도와준 '몽니' 블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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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브라운 끝까지 안 도와준 '몽니' 블레어

입력
2006.09.27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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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는 영국 집권 노동당의 최대 관심사는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언제 총리가 되느냐다. 전당대회 이틀째인 26일 연단에 오른 토니 블레어 총리를 바라보는 브라운 재무장관의 표정은 복잡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날 “물러나는 것은 어렵지만, 이 나라와 당을 위해 물러나는 게 옳다”며 당수로서의 마지막 고별 연설을 했다. 블레어 총리는 그러나 끝내 브라운 장관을 후계자로 공식 언급하지 않았다. 언제 물러날 지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는 전날 공식적으로 차기 당권에 출사표를 던진 브라운 장관의 향후 총리직 도전이 결코 쉽지 않음을 예고한다.

브라운 장관이 조기 퇴진을 약속한 블레어 총리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브라운 장관도 ‘포스트 블레어’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총리직을 확정 받지 못한데다 블레어 총리 사임 문제를 놓고 분열된 노동당에 실망해 등을 돌린 유권자들을 되돌려야 하는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이 적지 않다.

특히 블레어 총리와 차별화를 시도하면서도 블레어가 이끄는 노동당에 3차례 연속 총선 승리를 선사한 중도성향 유권자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 브라운 장관에겐 가장 어려운 숙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7일 “왼편으로 기운 브라운 장관이나 오른편으로 기운 데이비드 카메론 보수당 당수보다는 중도 좌파 블레어 총리와 이념 성향에서 일치하는 유권자들이 더 많은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브라운 장관의 25일 전당대회 기조연설이 블레어 총리의 정책 및 이념 계승에 관해서는 다소 애매한 입장이었다고 분석했다. 블레어 총리의 중도정책을 지지ㆍ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한편 노동당 ‘정신’을 강조, 블레어 총리가 노동당 좌파 이념을 희석시켰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감싸 안으려는 이중전략을 구사했다. 때문에 노동당 최대 지지세력인 노조 지도자들은 브라운 장관이 리더십을 보여주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유권자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는 등 엇갈린 평가를 내놓았다.

여론도 브라운 장관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 블레어 총리의 내년 7월 사임설이 보도된 이 달 초 노동당 중진 의원들이 총리 조기 사임을 요구하는 연대 서명 편지를 작성하고 일부는 내각에서 이탈함으로써 극심한 내분이 노출돼 노동당에 대한 지지도는 급감했다. 브라운 장관은 당내 분열을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25일 공개된 포퓰러스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노동당 정부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단 16%에 불과했고, 브라운 장관이 총리가 된 노동당에 끌릴 것이라는 응답도 35%에 그쳤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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