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새해 예산안이 성장동력 확충과 국민의 기본적 수요 충족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문 예산이 10% 이상 늘어 전체의 30%에 근접하지만 성장도 최대한 감안했다는 것이다.
연구개발(R&D) 예산을 2005년 이후 3년째 10%대로 올렸고 방과후학교ㆍ보육 등 투자 차원의 복지비용이 크게 증가한 만큼 분배쪽에 재원배분의 우선순위를 뒀다는 지적은 틀렸다는 말이다.
재정건전성과 경기중립성을 유지하면서, 취약계층 지원과 인적자원 개발을 배려하고, 미래 성장동력까지 설계하겠다는 정부의 '세마리 토끼 몰이' 자체를 시비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책목표에 대한 국민의 신뢰나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의지만 갖고 능력을 뛰어넘는 일을 추진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저출산ㆍ고령화, 저성장, 양극화 등의 국가어젠다를 놓고 돈을 뭉텅이로 쏟아붓는 계획의 요란함에 비해 재원조달의 합리성과 전달ㆍ성과의 효율성은 의심되는 새해 예산이 대표적 예다.
무엇보다 문제는 세수 확보의 고민없이 부족하면 국채를 발행해 빚을 끌어대겠다는 발상이 줄곧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추가부담을 호소할 형편도 안되면서 지출은 매년 6~7%씩 늘리겠다고 하니 만만한 게 적자국채다.
BTL로 불리는 임대형 민간투자사업 규모가 크게 증가하는 것도 수상쩍다. 정부는 세출구조조정으로 4조원 이상을 줄였다고 하지만 공무원 임금인상폭이 2.5%인 것과 달리 총인건비는 7%나 늘어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새해 예산안이 동반성장을 앞세울 뿐, 성장에 실질적 방점을 찍지 않은 것은 실망스럽다. 잠재성장률에 가까운 4.6%의 성장을 자신해서 그런지 몰라도, 기업과 가계가 투자와 소비에 자신감을 잃었다는 점을 생각했다면 돈으로든 말로든 그걸 분명하게 담아내는 게 옳다.
복지가 투자라는 낯선 표현으로 비켜갈 일이 아니다. 이런 점 등을 유념해서 국회가 예산안을 꼼꼼하게 심의하길 바란다. 아울러 정부와 정치권이 세수증대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공론화할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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