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의 26일 사과에 대해 검찰과 대한변호사협회는 별로 달가운 표정이 아니다. 검찰은 아예 반응이 없고, 대한변협은 “미흡하지만 받아들이겠다”는 수준이다. 그러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는 게 어떻게 사과냐”는 반박이 나오는 등 일선 검사, 변호사의 반응은 냉랭하다.
이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던 대한변협은 이날 오후 늦게 상임이사회의를 열고 논의를 거듭한 끝에 이 대법원장의 유감 표명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변협은 “앞으로 사법개혁이 어떤 개인의 인기 영합에 이용되거나 법원 우월주의, 권위주의로 회귀하는 것을 경계한다”고 날을 세웠다.
검찰은 “전례상 이런 경우 공식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며 아예 말을 삼갔다. 그러나 이는 기대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사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 부장검사는 “검찰, 변호사 비하 발언은 이 대법원장의 법원 우월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아직도 법원과 검찰ㆍ변호사는 동일선상에 있지 않다고 하는데 어떻게 진정한 사과겠느냐”고 비난했다. 또 다른 검사는 “대법원장이 이번 파문을 두고 법원을 위해 큰 일을 했다고 말한 부분은 자신이 낳은 논란을 스스로 좋게 평가한 것인데 납득이 안 간다”고 지적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고법ㆍ지법을 방문하는 것으로 11일 부산고법 방문으로 시작된 ‘취임 1주년 맞이 전국 법원 순회 강연’을 끝냈다. 순회 일정 동안 갑자기 쏟아낸 거친 발언으로 법원 검찰 변호사 단체간 갈등을 만들어 낸 이 대법원장은 마지막 일정을 통해 갈등의 수습을 시도한 셈이 됐다.
법원 관계자들은 이 대법원장의 발언을 옹호하는 분위기였다. 오전 10시 이 대법원장이 도착했을 때 서울중앙지법 현관에서는 법원공무원노조원 10여명이 “대한변협은 대법원장 사퇴요구를 철회하라” “공판중심주의 실현하자”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지지시위를 했다. 오후 4시부터 서울지법 1층 대회의실에서 시작된 강연에도 판사뿐 아니라 일반직원까지 총 520여명이 강연장을 메웠다. 이 대법원장이 강단에 올라섰을 때, 그가 50여분간의 강연을 마쳤을 때는 참석자들은 기립 박수로 응원을 보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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