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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대법원장 파문이 남긴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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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대법원장 파문이 남긴 것은

입력
2006.09.27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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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3륜(輪) 간 앙금은 남았지만 공판중심주의를 전면으로 끄집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 파문을 지켜본 법조계 안팎의 평가다.

법원과 검찰 변호사의 갈등은 26일 이 대법원장의 해명ㆍ사과 발언으로 진정된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겉으론 그렇다. 그러나 공판중심주의 정착을 둘러싼 진정한 힘겨루기가 앞길에 가로놓여 있다. 법조 3륜의 ‘불편한 동거’가 당분간 이뤄질 전망이다.

이 대법원장의 잇따른 지방 순시 발언이 지난 주 처음 알려질 때만 해도 일촉즉발의 순간을 맞는 듯했다. 정상명 검찰총장이 거듭 유감스럽다고 밝힌 데 이어 대한변호사협회는 이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까지 요구했다. 일선에선 법관 대 검사 및 변호사의 감정 섞인 대리전이 날로 치열했다. 주말을 고비로 봉합 국면으로 접어드는가 싶더니 25일 검찰이 공판중심주의 전면 확대를 선언하면서 발언 파문은 사태의 본질을 향한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대법원장이 26일 “(검찰 변호사를 비하하는 듯한 발언은) 말실수였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것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만큼 검찰과 변호사의 오해를 충분히 풀어줘야 한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사과나 해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일선 법관들의 입장보다 몇 걸음 물러선 것이다.

물론 설화(舌禍)를 자초한 이 대법원장의 결자해지(結者解之)로 볼 수 있다. 실제 이번 파문으로 이 대법원장이 잃은 것 역시 적지 않다. 당장 “사법부 수장의 발언으로 부적절했다”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법원 전체가 검찰 및 변호사와 등을 지게 된 것도 이 대법원장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가슴에 응어리가 맺힐 정도로 상처를 입었다”며 맘고생이 심했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결과를 놓고 봤을 때 실보다 득이 많았다는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법조비리 수사로 흔들렸던 법원 내부의 결속을 빠르게 다질 수 있었고 ‘국민을 위한 재판’을 표방한 탓에 “속 시원하다”는 여론을 등에 업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평소 그의 지론이었던 공판중심주의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를 만들어냈다. 때문에 대의를 위한 불가피한 희생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일로 새로운 빛을 봤다. 내가 법원을 위해 크게 한 건 했구나 생각했다”는 이 대법원장의 말은 이 같은 대외의 평가를 은연중 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도 공판중심주의에 대한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는 법관들에게 “판사가 판결을 통해서만 말을 한다는 것은 옛날 얘기”라며 “법관이 법정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에 의해 유ㆍ무죄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정에서 당사자의 진술을 듣지 않을 바엔 검찰의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유ㆍ무죄를 확정할 것이지, 왜 재판을 하느냐”고도 했다.

검찰과 변호사단체의 협조를 통한 공판중심주의의 연착륙은 이 대법원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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