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실패 책임론의 집중적 타깃이 되고 있는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내우외환이 가중되고 있다. 밖으로부터는 전직 미군 장성들의 사퇴 요구가 11ㆍ7 중간선거를 40여일 앞두고 다시 거세지고 있고, 안에서는 미 육군이 예산증액을 요구하며 예산안 제출을 지연시켜 럼스펠드 장관을 한층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일부 미군 전직 장성들은 25일 민주당 상원 정책위가 개최한 청문회에서 이라크전 수행에 필요한 요건들이 사전에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점 등을 적시한 뒤 럼스펠드 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라크에서 미 육군 보병1사단 사단장을 지냈던 존 밥티스트 예비역 소장은 “럼스펠드 장관과 조지 W 부시 행정부 인사들이 이라크전에 대한 지지 상실을 우려, 국민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이라크전 수행에 필요한 요건을 충분히 검토했다면 미군은 아프간 전쟁에 집중했을 것이고 이슬람 극단주의도 지금처럼 발호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라크군 훈련 및 이라크 경찰 재건을 담당했던 폴 이튼 예비역 소장은 ‘전후 이라크 사업계획’은 아마추어적이었다며 럼스펠드 장관을 전략 및 전술, 작전면에서 경쟁력이 없는 사람으로 평가했다. 그는 “럼스펠드 장관은 교체돼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향후 2년간 또 다른 나쁜 정책결정 사례를 보게 될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럼스펠드 장관은 기자들에게 “물러날 계획이 없다”며 전직 장성들의 사퇴요구를 일축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 육군의 고위 관계자들은 2008년 예산을 대폭 증액하거나 이라크 등지에서의 전쟁 수행을 줄여나갈 것을 럼스펠드 장관에게 요청하며 차기 예산안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방부측은 2008년 예산안을 8월15일까지 마련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지난 6월 통보했으나 피터 슈메이커 육군 참모총장은 마감일을 훨씬 넘긴 지금도 예산안 제출을 하지 않고 있다. 슈메이커 총장 등은 이라크 주둔 병력 감축 계획이 보류돼 전면적 예산편성 재검토가 필요한데도 럼스펠드 장관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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