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6일 내각의 핵심인 관방장관에 소장파인 시오자키 야스히사(塩崎恭久) 외무성 부장관을 임명하는 등 새 정권의 조각 인사를 단행했다.
아베 총리는 아시아외교가 최대 현안인 외무성 장관에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선전한 아소 다로(麻生太郞)를 유임시켰다. 교육개혁을 추진할 문부과학성 장관에는 이부키 분메이(伊吹文明) 전 노동성장관을, 주일미군기지 재편계획을 실행할 방위청 장관에는 규마 후미오(久間章生) 자민당 총무회장을 각각 임명했다.
내각 인선은 강력한 아베 친정체제의 구축,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거당 체제 만들기, 아베 정권 탄생에 대한 논공행상 등 ‘세 마리 토끼잡기’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핵심 포스트인 관방장관에 시오자키를 발탁한 것은 총리 주도의 정치를 강화하겠다는 아베의 의지를 내외에 과시한 것이다. 당초 자민당으로부터 “관방장관은 중진을 기용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았지만 결국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아베 총리와 친밀한 관계인 시오자키 장관은 앞으로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자민당 정조회장,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간사장 대리,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관방 부장관,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총리 보좌관 등 아베의 젊은 친위세력과 함께 국정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안보와 역사 문제 등에서 거침없는 목소리를 내는 ‘일본판 386세대’라고 부를 만 하다. 한일 관계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는 커다란 요인이다.
아베 총리는 내년 참의원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거당체제 만들기도 염두에 둬야 했다. 노련한 정책조정역인 규마 총무회장을 방위청 장관으로 재기용하고, 아소 장관을 유임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아베 정권의 후견인이자 마당발인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를 간사장으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와 싸우기 위해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경제산업성 장관을 국회대책위원장으로 중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파벌의 추천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아베 총리의 선언이 무색하게 이번 내각 인선은 벌써부터 논공행상 인사, 파벌 안배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총재선거에서 열렬한 아베 지지파였던 야마모토 유지(山本有二) 의원 등의 입각은 농공행상으로, 이부키 분메이(伊吹文明) 의원 등의 입각은 파벌안배로 분류된다.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내각 인선이 아베 구상의 실현과 고이즈미 개혁의 계승, 선거 승리를 위해 어떻게 움직여 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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