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소재 중소건설업체인 A업체는 올 상반기 한 건의 공사도 수주하지 못했다. 주택분양시장은 침체될 대로 침체됐고, 기대했던 공공발주공사 마저 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충북내 350여개 건설업체 가운데 A업체처럼 올 상반기 중 단 한 건의 공사도 수주하지 못한 곳은 무려 55% 이른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광주 소재 중소건설업체 120개사 가운데 50개사가 개점휴업 상태다. 이 지역 한 중견건설업체 관계자는 "장기간 수주공백으로 일감이 없어 직원의 절반 가량을 줄여야 할 판"이라며 "갈수록 빚만 늘고 있어 이대로라면 차라리 부도를 내든지 면허를 반납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푸념했다.
26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과 경기의 건설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 3.4% 증가한 반면 지방은 5.4% 급감했다. 건설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됐다고는 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울-지방간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 업체의 민간부문 수주도 전년 동기 대비 58.6%나 급감, 13.6% 증가한 수도권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지방 업체들의 공공부문 공사수주 역시 32.8%나 줄어 수도권(-6.8%)에 비해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이 같은 지방업체의 어려움은 높은 부도율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4~7월까지 당좌거래가 중지된 건설사는 총 160개로 이 가운데 78.7%인 126개사가 지방업체이다.
또한 건설경기가 빠르게 냉각되면서 금융기관들이 건설업체에 추가 자금제공을 꺼리고 있어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 및 지방업체들을 중심으로 도산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지방 건설업체의 경영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되면서, 집값이 별로 오르지 않은 지방 주택시장에까지 무차별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또 그 동안 지방 건설경기를 지탱해오던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공공부문 예산이 감소한 것도 큰 영향을 줬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SOC 투자는 지난해보다 평균 5% 가량 감소했다.
여기에 정부가 공공공사 발주에서 턴키(설계ㆍ시공 일괄),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것이 오히려 대형업체에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건설기술연구원 강민석 연구위원은 "지방건설업 위기 해소를 위해서는 50억원 미만 BTL공사의 발주와 획일화된 지방주택 규제 정상화, SOC 투자 예산 확대, 중소업체를 위한 입ㆍ낙찰제 개선, 무자격 부실업체 퇴출 등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김혁 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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