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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남성 자살 소고(小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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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남성 자살 소고(小考)

입력
2006.09.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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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사망원인 통계 중에 40대 남자의 자살률이 여자의 2.7배에 달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번뜩 '아니, 왜?'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통계청이 내놓은 원인 분석이 눈길을 끌었다.

'실업 등 경제적 상황의 악화, 이혼이나 별거 시 일반적으로 여자보다 남자의 충격이 더 크다는 점, 성인 질환이 남자가 더 많다는 점'등이 40대 남자의 자살률을 높였다는 것이다. 성인 질환이야 그렇다 치고, 나머지 두 가지 원인과 40대 남성 자살 증가와의 인과관계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 시대 40대 남성들의 아버지 세대는 가정의 유일한 수입원으로서의 지위 덕분에 가부장적 권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40대 남성들은 아버지 세대가 누린 '경제력 독점'의 과실을 맛볼 수 없다.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로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가정의 경제권은 분할됐다. 나 혼자 버는게 아니니 과거보다 가장이나 아버지로서의 권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오히려 아내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자녀교육 등 집안 일을 기꺼이 맡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상황에서 40대 가장이 경제력을 상실한다면, 이를테면 '사오정' 신세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가족들의 위로와 격려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에게 '무능남'으로 비쳐질 지 모른다는 심적 고통에 시달릴 것이다. 어른에 대한 공경심이 사라진 마당에, 경제력까지 잃으니 자식들의 존경을 기대하기란 무망하다. 경제력을 회복해 절반의 권위나마 회복해 보려 해도 작금의 경제ㆍ사회적 여건은 녹록치 않다.

'이혼이나 별거 시 여성보다 남성의 충격이 더 크다'는 분석은 어떻게 봐야 할까. 과연 남성은 홀로 설 수 없는 나약한 존재일까. 아니면 점점 그런 존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여성의 남성화 경향이, 여성쪽을 향한 남성들의 중성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 그를 통해 여성은 강해지는 반면 상대적으로 남성은 나약해지고 있다는 인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요즘 여성들은 능력과 성과로 당당히 남성과 경쟁하길 원한다. 그리고 제도적으로도(여성계는 충분치 않다고 여기지만) 남성과의 공정한 경쟁이 담보되는 추세다. 여성의 경제적 홀로서기가 가능해졌다는 것은 남녀관계가 불평등ㆍ불공정 관계에서 대등한 관계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남성들만의 경쟁 구도에 능력 있는 여성이 참여함으로써 남성들은 과거보다 더 고단함을 느낄지 모른다. 더구나 그것은 일시적이 아닌, 추세적 현상으로 고착화했다. 딸이 성장했을 때 남성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게 하려는 어머니들이 있는 한 능력있는 여성의 사회 진출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가 '자살예방법' 제정을 논의한다고 한다. 법안을 제출한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의 말처럼 최근의 자살 확산은 "실업, 빈곤, 양극화 심화 등 극심한 경기 침체 여파로 인한 생활고, 이로 인한 전반적인 사회적 침체"가 원인이다.

그렇다면 대책은 분명하다. 국가, 기업, 가정 등 경제주체와 가장들의 '경제력'을 튼실히 해주는 것이다. 위기의 40대 남성들이 '수컷다움'을 회복하는 것도 거기서부터 아닐까.

황상진 문화부장 직대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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