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 방침에 대해 정부가 난감해하고 있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25일 예상밖으로 내놓은 후분양제 일정이 정부의 후분양제 로드맵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인데다가 일부 상충되는 내용도 있어 선뜻 맞장구를 쳐주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는 내년부터 대한주택공사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에 대해 후분양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시행은 순차적, 점진적으로 한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다. 구체적으로 내년에는 공정의 40%만 완료해도 후분양제 적용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2009년부터 60%, 2011년부터 80%로 분양 가능 공정 비율을 늘려 나간다는 게 정부 정책의 골자다.
이는 즉각적인 후분양제 도입시 건설경기의 추가적 위축과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한 건설업체들의 자금난, 금융비용의 분양가 전가를 통한 분양가의 추가 상승과 집값 불안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은평뉴타운부터 당장 80% 공정이 이뤄진 뒤에야 분양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강수를 두면서 정부는 주택분양과 관련한 로드맵이 근본부터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특히 “시가 조성해 매각한 택지를 분양받아 시공하는 민간건설 아파트, 민간조합 방식으로 시행되는 뉴타운 사업에까지 ‘80%룰’의 후분양제를 도입하겠다”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는 공공주택과 달리 민간부문에 대해서는 “법규에 명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후분양제를 유도하겠다”고 밝힌 정부의 입장과 어긋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26일 “민간주도 방식의 뉴타운 사업 등에도 후분양제 적용을 의무화한다면 주택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불안을 막기 어렵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방식이 시행될 경우 향후 1~2년 동안 서울시내에서의 주택 공급 물량이 크게 줄어들고 후분양에 따른 비용 증가분이 고스란히 분양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 정책효과가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서울시가 이를 시행한다 해도 완충기간을 설정해 공급부족으로 인한 시장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 밖에 서울시는 “분양가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분양원가를 세부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건교부는 “현실적인 검증방법이 없고 시장원리에 맞지 않아 세부 공개는 어렵다”며 맞서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서울시가 민간부문에 대한 후분양제 적용 등을 골자로 하는 관련법 개정을 건의할 경우 쉽게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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