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은 최근 검사 변호사를 비하하는 듯한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데 대해 26일 “말실수였다”고 여러 차례 해명했다. “법원이 나갈 원칙을 강조하다보니 심한 말을 했다”고 검찰과 변호사단체에 사과했다.
이 대법원장은 전국 법원 순시의 마지막 일정으로 서울고법 서울중앙지법을 방문한 자리에서 “법원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답시고 거친 말을 함부로 하고 말실수를 했다”며 “이 자리를 빌어 상처 받은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는 말을 해야겠다”고 몸을 낮췄다. 사법부의 수장으로 법조계 다른 직역(職域)과 갈등을 빚은 점에 대해 법원 직원들의 양해를 구했다.
이 대법원장은 그러나 “우리가 가야 할 방향, 국민과의 관계, 원칙에 대해서는 조금도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법개혁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법원과 검찰 변호사를 동일선상에서 볼 수 없다고 한 지난 발언과 관련, “검사와 변호사는 법원에 판단을 요청하는 입장이라 법원이 그들과 궤를 같이 할 수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검찰과 변호사의 역할을 비하하거나 무시할 생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검찰 변호사의 역할이 따로 있기 때문에 법원과 유착하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법원장은 “법정에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며 공판중심주의를 거듭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은 “현행 법에도 공판중심주의가 규정돼 있지만 그동안 우리는 법 규정을 무시한 채 재판을 해 왔다. 재판은 말로 해야지, 서류로 하는 재판은 당사자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법관들에게 충고했다.
이 대법원장은 구속ㆍ압수수색 영장을 신중하게 발부하도록 당부하면서 “수사권 없이 재판권만 가진 법관이 자기 생활이 떳떳하지 못하면 영장을 기각할 수 없다”며 “청렴한 법원이 되어야만 공판중심주의 및 영장심사 강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 대법원장의 해명을 수용하기로 했다. 검찰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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