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공기업의 방만경영은 인건비 문제만이 아니었다. 자사 출자회사에 수의계약을 밥 먹듯이 하고, 기능이 줄어든 지방조직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해외현지법인을 적자상태로 운영하는 등 조직운영도 방만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2001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수의계약액 970억원 중 432억원을 은행원 친목단체인 행우회에서 출자한 기업과 맺었다. 이 기업은 그 중 66억원을 그대로 다른 업체에 일괄 하도급해 7억원의 차익을 앉아서 챙겼다. 이 은행 행우회는 다시 출자기업으로부터 57억원을 배당 받아 은행직원의 후생복리비로 사용하는 등 ‘누이좋고 매부좋은 공생관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한국은행도 행우회 출자회사와 고가의 청소용역 계약을 맺어 연간 2억4,000만원의 예산을 낭비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수출입은행의 해외현지법인 4곳은 수출입은행법에서 정한 현지자금조달 등의 업무가 아닌 시설대여업을 하는가 하면 현지 직접조달 자금은 전체의 24%에 불과했다. 이 중 수은베트남리스금융회사는 영업부실로 51억원의 누적손실이 발생했는데도 계속 운영됐다. 한국은행은 업무 전산화 등으로 기능이 줄어들어 통폐합 필요성이 있는 16개 지역본부와 3개 지점 등 지방조직을 존치해 두고 있다.
감사원은 산업은행에 대해서도 구조조정 목적으로 출자한 대우증권의 경영이 정상화돼 2003년 및 2004년 이 회사를 매각하는 것으로 업무계획에 반영하고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며 설립목적에 어긋나는 금융자회사의 정리를 권고했다. .
감사원은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당초 설립취지가 퇴색한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기능을 재정립하는 방안을 추진토록 하는 한편, 감독기관에 국책은행에 대한 지도ㆍ감독을 철저히 하도록 촉구했다. 또 취약한 지배구조에 대해 비상임이사 수 확대, 상임이사 선임의 대외 개방, 외부경영실적 평가제도 도입 등 개선방안을 강구하도록 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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