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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하이닉스 반도체 투자 왜 막나

입력
2006.09.2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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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엔진이 꺼져가는 한국경제의 위기를 한 눈에 보여주는 지표가 설비투자 증가율이다. 2001~2005년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1.2%다. 같은 기간의 성장률(4.5%) 수준에도 한참 못 미치는 부실한 성적표다. 외환위기 직전 7년간 연평균 설비투자 증가율은 8.4%였다. 미래를 위해 뿌리는 씨앗이 고작 이 정도니 나중에 무엇을 수확해 먹고 살지 막막하다.

● 기업의 해외진출 러시 가속화

10년의 장기불황에서 깨어난 이웃 일본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하다. 올해 일본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14.5%로 1989년 이후 최고수준이 예상된다

. 일본의 투자증가율은 2004년부터 두 자릿수를 넘었다. 장기간의 불황으로 투자가 너무 부진했던 반작용이기도 하지만 일본경제의 미래에 대한 밝은 청신호임은 분명하다. 두 나라 경제가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는 투자를 보면 훤히 보인다.

국내 투자가 부진한 원인은 여러 각도에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기업환경 변화로 투자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이 크다. 주주 자본주의가 맹위를 떨치면서 대기업들이 수익성위주 경영을 하면서 투자보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자금을 쏟아 붓는 경향도 원인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야성적 충동'이 사라진 기업가 정신을 지목하기도 했다. 재계는 정부의 규제와 반시장적 기업정책을 근본 원인으로 꼽는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인은 국내보다 더 나은 해외라는 투자 대체재(代替財)가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는 70억8,000만 달러로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 실적(49억 달러)을 크게 앞질렀다.

기업들의 해외탈출이 이처럼 러시를 이루니 국내 고용사정이 나아지거나 소비가 살아날 까닭이 없다. 국내에 남아 투자를 하고,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기업이 있다면 나라 전체가 발벗고 나서 도와주어야 할 형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업투자를 위해 수도권 규제 완화를 검토하면서 하이닉스반도체의 이천공장 증설은 제외할 방침이라고 한다. 하이닉스는 수요가 급증하는 300㎜웨이퍼 생산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2010년까지 13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천공장이 증설되면 최대 6,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

반도체가 어떤 산업인가. 수출의 11%, 국내총생산(GDP)의 5%를 차지하는 한국경제의 생명줄이다. 최근 반도체 경기는 공급을 휠씬 초과하는 수요 때문에 가격이 치솟으면서 제2의 호황기에 접어들고 있다.

시장에서의 주도적 위치를 놓치지 않으려면 한시라도 빨리 시설을 늘려야 하는데 정부가 길을 막는 셈이니 답답하다. 이천이 팔당 상수원을 보호하기 위한 자연보존권역이고, 인체에 유해한 구리가 사용되며 청주공장을 증설하면 된다는 이유에서다.

팔당 상수원 보호와 공해물질 배출 논리는 첨단 반도체 공장을 가축 축사 정도로 취급하는 격이니 설득력이 없다. 진짜 속내는 균형개발 차원에서 이천 대신 청주공장을 증설하라는 이야기다. 기업의 화급한 사정에 상관없이 정권 논리만 강요하는 것이다.

● 과거 명분에 매달리는 수도권 규제

수도권 공장 규제는 정부정책의 커다란 원칙이고 나름대로 명분도 있다. 그러나 중국이라는 투자의 천국이 지척에 있는 현실에서 과거 명분에만 집착한다면 어리석고, 소용도 없는 일이다.

국내에서 막으면 해외로 가면 그만이다. 하이닉스도 중국 장쑤성 우시에 공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중국 공장을 증설하면 된다. 경기 파주에 LG필립스 LCD단지를 허용했듯이 하이닉스처럼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전략적 산업이나 첨단 업종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한 발상의 전환과 과감한 결단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29일 발표될 기업환경개선 합대책에도 기대할 것이 없다. 참여정부가 경제 회생에 나서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이번 대책에서 꺼져가는 성장엔진을 되살리는 획기적 정책들이 제시되길 기대한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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