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드라마에서 ‘시즌제’란 말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SBS ‘무적의 낙하산 요원’과 내년 초 MBC가 방송할 ‘궁2’, 외주제작사 옐로우필름의 ‘에이전트 제로’ 등. 그러나 시즌제를 표방하는 이들 드라마의 속사정을 살펴 보면 멋쩍은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시즌제란 드라마 제작 시스템의 하나로, 미국에서는 6개월 동안 24개 정도의 에피소드를 매주 한 회씩 방송하고 이후 6개월은 재방송하는 방식이다. 재방송 기간 동안 제작진은 주인공과 설정을 유지한 채 새로운 이야기를 개발한다. 엄밀히 말해 ‘시퀄’(Seqeul)이라 불리는 이 형식은 전편의 주인공과 설정을 그대로 가져간다. ‘섹스 앤 더 시티’ ‘CSI 과학수사대’ 등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한 시즌제 드라마는 시퀄에 해당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시즌제가 과거 인기 드라마의 후광을 얻는 전략을 뜻하는 말로 둔갑했다. 시즌제 드라마의 필수 요건인 사전 제작,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할 수 있는 작가군, 시즌제를 염두에 둔 캐스팅 작업 등 여러 요건 중 몇 개만 갖춘 채 시즌제라고 에두른다.
지난해 MBC에서 방영한 ‘신입사원’의 후속 시즌을 표방한 ‘무적의…’는 작가와 에릭이라는 연기자만 동일할 뿐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제작도 밤샘 촬영을 통해 이뤄지는 등 빠듯하게 방영을 맞추고 있다. ‘궁2’도 주인공 캐스팅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전편 ‘궁’으로 스타덤에 오른 4명의 주연 배우들을 캐스팅 하는데 실패하자 제작진은 전편의 마지막 설정만 살린 채 전혀 다른 스토리를 도입했다. 때문에 ‘무적의…’와 ‘궁2’는 전편의 등장인물과 설정을 바탕으로 변형시킨 ‘스핀오프’(Spin-off)에 가까운 셈이다. 진정한 미국식 ‘시즌제’를 기대한다면 시청자들은 제작 준비 중인 ‘에이전트 제로’가 방송되길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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