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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명예교수가 진단하는 인문학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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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명예교수가 진단하는 인문학의 위기

입력
2006.09.26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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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수원지(水源地)가 마르고 있다."

우리 시대의 원로 지성인 이어령(72)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고사 위기에 처한 한국의 인문학 현실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 교수는 전국인문대학장단과 학술진흥재단 주최로 26일 이화여대에서 개막한 '2006 인문주간' 기조강연에서 "세계 각국은 변화하는 시대의 방향타를 인문학에서 찾고 있다"며 인문학 진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교수는 "물이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땅 속에 묻힌 수도관을 통해 흘러나오듯, 정치ㆍ경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의 학문과 기술의 물줄기는 인문학이라는 수원지에서 발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사철(文史哲)의 인문전통이 강했던 동양사회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오히려 서양보다 인문학 정신이 고갈됐다"며 "사회 여러 분야에서 터져 나오는 문제들도 결국 인문학의 피폐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인문학에 대한 무지를 키운 것은 결국 인문학자"라며 "대중과의 공감을 무시한 채 관념적 사고에 갇혔던 자폐적 습성이 위기를 자초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수원지의 '고갈'과 '오염'은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라며 대중화라는 이름으로 정치이념과 경제논리에 휘둘려 인문학이 변질되는 것을 경계했다.

논술시험 등 인문학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학생들의 창조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로 논술이 도입됐는데 족집게 과외 등 비인문학적 방향으로 또 다른 형태의 획일화 교육을 낳고 있다"며 "점수 따기 위한 방법으로 인식되는 순간 인문학은 끝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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