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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왈츠와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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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왈츠와 블루스

입력
2006.09.26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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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 썩 마음에 드는 곳으로 이사하게 됐다. 새 집과 나는 만날 운명이었나 보다. 어제 오전, 집주인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 부동산중개소 사람에게 내 방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중개소 사람은 방을 살핀 뒤 무심한 말투로 내게 어디로 이사할 것인지 물었다.

원하는 곳은 넓은 옥탑방이며 아직 구하지 못했다고 대답하자, 그는 그런 집이 있다고 했다. "어디요?" 내가 반색하자 그는 바로 길 건너라며 한 곳을 가리켰다. 나는 그의 손가락 끝을 따라갔다. 지금 집과 비탈길을 두고 마주 보는 곳이었다. "지금 보수 중인데 한 번 가보세요." 헐레벌떡 달려가 보았다.

마음에 든다고 내가 흥분하자 그는 빨리 계약하지 않으면 놓칠 수도 있다고 했다. 초조해져서 신용카드로 돈을 빼들고 중개소로 갔다. 일단 100만 원으로 가계약을 하러. 중개소 사람에게 계약 불이행 시 받을 불이익에 대한 설명을 듣는데 20대 중반쯤 돼 보이는 커플이 들어왔다.

여자는 임신한 듯 배가 불렀다. "앞에 붙은 8억 2,000만 원 집 어디에 있는 건가요?" 젊은 남자가 벽에 걸린 지도를 바라보며 물었다. 젊으나 젊은 사람들이 돈도 많군! 좀 부러웠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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