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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박사, 北에 원심분리기 20여기 줬다" 무샤라프 자서전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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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박사, 北에 원심분리기 20여기 줬다" 무샤라프 자서전서 확인

입력
2006.09.2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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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압둘 카다르 칸(70) 박사가 북한에 핵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원심분리기 설계도와 부품, 심지어 원심분리기 완제품 20여기와 관련 기술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25일 출간된 자서전 ‘사선에서(In The Line of Fire)’를 통해 “2003년 9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권유로 만난 조지 테닛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칸 박사가 북한에 넘겨준‘P-1 원심분리기’의 설계도를 제시, 칸 박사를 조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로 추앙 받는 칸 박사는 2004년 파키스탄 정부 몰래 1990년대 초 북한 등에 핵기술을 제공한 사실을 자백,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켰었다. 무샤라프 대통령의 책은 칸 박사에 대한 조사착수와 미국의 북한 핵문제 추적 계기 등의 상세한 상황을 밝히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가 연금 중인 칸 박사는 최근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자서전에서 밝힌 칸 박사의 북한에 대한 핵기술 제공 상황은 다음과 같다.

“파키스탄이 98년 첫 핵실험을 한 이듬해부터 칸 박사의 수상한 활동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북한의 핵 전문가들이 미사일 기술자로 위장, 칸 박사의 연구소에서 비밀리에 원심분리기에 관한 브리핑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았다. 나는 사태가 심각한다고 판단, 칸을 불러 물었지만 그는 즉각 부인했다.

부시 대통령은 2003년 9월 유엔 정상회의에서 나를 따로 불러 내더니 ‘당신의 견해로 볼 때 매우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라며 다음날 테닛 국장을 만나보라고 말해 그러기로 했다. 테닛 국장은 내가 묵고 있던 호텔로 찾아와 서류를 내 놓았는데, 나는 그것이 칸 박사 주도로 80년대 중반 개발했다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P-1원심분리기의 설계도라는 것을 즉각 알아차렸다. 서류에는 부품번호, 일자, 서명까지 담겨 있었다.

2003년 11월부터 칸 박사를 조사한 결과 그가 처음 87년부터 이란과 거래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칸 박사가 94년부터 P-1원심분리기 200기를 제조토록 지시한 뒤 두바이의 거점과 이란, 리비아, 말레이시아 등이 연결되는 지하 네트워크를 운용하고 있음도 밝혀졌다. 칸 박사의 핵 확산에는 일확천금을 노린 스위스, 네덜란드, 영국, 스리랑카, 인도 출신의 프리랜서들이 개입돼 있었다.

칸 박사는 북한에 20여개의 P-1 및 P-2 원심분리기와 유량계, 원심분리기에 사용되는 특수 기름을 넘겨주고 1급 비밀인 원심분리기 공장에 대한 방문을 포함한 기술지도를 해주었다. 이란과 리비아에는 원심분리기와 부품을 포함해 18톤 가량의 물자를 제공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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