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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살리자" 피맺힌 호소/ 전국 80개 인문대학장 26일 대책마련 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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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살리자" 피맺힌 호소/ 전국 80개 인문대학장 26일 대책마련 선언문

입력
2006.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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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위기는 곧 인간 존엄성의 위기다."

전국 80여개 인문대 학장들이 인문학의 생존을 위한 대학과 정부의 현실적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문대 학장들은 26일 이화여대에서 개막하는 '인문주간'에 앞서 25일 미리 배포한 '오늘의 인문학을 위한 우리의 제언'이라는 제목의 선언문에서 "오늘날의 사회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상실한 채 폭력적인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다"며 "그 근원은 인문학 경시 풍조와 맞물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인문학 진흥을 위한 구체적 대책으로 ▲대학이 소비자 욕구 또는 시장논리에만 영합하지 말 것 ▲중장기 발전방안을 기획ㆍ실천할 '인문한국위원회'(가칭) 설치할 것 ▲'인문학진흥기금'을 설치해 지속적인 지원을 할 것 ▲국가 주요 정책위원회에 인문학자의 참여를 보장할 것 등을 제시했다.

이번 선언에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서울 소재 주요 국립대 및 사립대, 지방의 주요 대학 인문대학장이 모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장단은 26일 오전 이화여대의 인문주간 행사 개막식에서 이 선언문을 낭독하며, 낭독이 끝난 뒤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열림과 소통의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할 예정이다.

■ 오늘의 인문학을 위한 우리의 제언

우리는'인문주간'을 맞아 전국인문대학장단의 이름으로 인문학의 현실을 진단하고 진흥과 활성화를 위해 제언한다. 인문학의 위기가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진정성을 황폐화시킬 수 있음을 자각하고, 인문학의 의미를 되살려 시대적 소명에 부응하고자 한다.

오늘날 세계는 경쟁과 효율성만을 강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배려와 윤리 의식이 실종돼 가는 상황이다. 인간의 삶은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상실한 채 폭력적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인종ㆍ이념ㆍ종교 갈등과 생태계 파괴도 근원을 따져보면 인문학 경시 풍조와 맞물려 있다.

인문학계 내부에 대해서도 깊이 반성한다. 인문학이 요구하는 엄정한 자기 성찰적 태도와 적극적인 현실 참여로 대안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채, 인문학 위기 담론 뒤로 몸을 숨겨왔다.

우리는 위기 상황이야말로 변신과 재도약의 기회임을 상기하고자 한다.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인문학은 경제적 가치나 계량적 수치로만 평가될 수 없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창조력이야말로 미래의 비전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

우리는 다음 사항을 요구한다.

첫째, 대학은 시장 논리에 영합하지 말고 충실한 인문교육이 이뤄질 방안을 마련하라. 인문학자들은 다른 학문과 적극 소통하고, 사회적 역할을 재인식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인문학진흥기금'설치 등 장기적 지속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셋째, 인문학의 중장기적 발전을 기획ㆍ실천하기 위해 교육 부총리 산하'인문한국위원회'(Humanities Korea) 설치를 요구한다.

넷째, 국가의 주요 정책위원회에 인문학자의 참여를 보장, 인문적 가치가 국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이상의 사항을 추진하기 위한 주체로 전국인문대학장단, 교육인적자원부, 학계와 관계 기관이 참여하는 '인문학발전추진위원회'를 즉각 구성하라.

자본과 테크놀로지가 질주하는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편적 기술이나 정보 위주의 지식이 아니다. 미래 사회를 위해 인문 교육으로 다져진 인재를 키우는 것이 절박한 과제임을 재확인하고자 한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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