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황 국가인권위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22일 인권위원회 워크숍에서의 극단적 마찰이 ‘사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기 인권위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마련한 자리였지만, 조 위원장은 위원들과 언쟁을 벌이다 “바람이나 쐬고 오겠다”며 자리를 뜬 뒤 돌아오지 않았다.
워크숍에서는 “조 위원장이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회의를 진행하며 위원들을 무시한다” “인권위 실무자들이 인사 때면 위원장과 사무총장 앞에 줄을 선다” 등 위원들의 불만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위원은 발언을 제지당하기도 했다.
조 위원장은 25일 전원위원회에서 이 사태에 대한 추궁을 받았다.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한 위원이 “워크숍 때 맘대로 밖에 나갔다가 왜 돌아오지 않았냐”고 따졌고, 조 위원장은 “회의가 끝나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잠시 뜸을 들이다 갑자기 “최영애 사무총장에게 위원장 권한을 넘기겠다”고 말한 뒤 회의장을 나왔다. 평소 말없이 조용한 스타일의 조 위원장이 지난 주말동안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인권위 위원 성향에 따른 갈등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권위는 11명(상임 4명, 비상임 7명)의 위원을 국회(4명), 대통령(4명), 대법원(3명)이 추천하고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따라서 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불협화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최근 북한 인권문제 등 가치관이 깊숙이 개입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위원들간 견해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주마다 한번 열리는 전원위원회에 대한 위원들의 불만도 컸다. 한 비상임위원은 “안건에 대해 충분한 토의없이 회의가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고 말했다.
어쨌든 앞으로 인권위 운영은 상당기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청와대가 사표를 수리할 경우 보름여 남은 국정감사 전에 차기 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또한 지난해 3월 최영도 전 위원장이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취임한 지 불과 70여일 만에 사퇴한 데 이어 조 위원장마저 임기 중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인권위의 권위는 또다시 추락할 수밖에 없게 됐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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