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분양하는 모든 공공아파트에 대해 전격적으로 후분양제를 도입키로 결정한 것은 은평뉴타운의 고분양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또 후분양제와 함께 분양가를 전면 공개하겠다고 선언한 데에는 부동산정책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도 깔렸다.
지난 14일 은평뉴타운 분양가 발표 직후 주변 시세가 급등하면서 서울시는 아파트가격을 부추겼다는 비난을 받았다. 서울시는 고분양가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18일 은평뉴타운의 분양원가를 발표했지만 시민단체가 산정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고분양가를 촉발시켰다는 짐을 지고 가게 됐을 때에는 다른 뉴타운 개발에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결국 오세훈 서울시장은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은평뉴타운 분양정책 실패를 일단 시인하고 시민단체 등에서 요구해온 후분양제 도입이라는 강수를 꺼내 들었다. 고분양가 논란 국면을 전환시키면서 정부가 어차피 도입할 정책을 미리 실시함으로써 부동산정책을 주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서울시가 또 민간조합 방식으로 시행되는 뉴타운 사업에 대해서도 후분양제 적용이 가능하도록 중앙정부에 관련 법령 개정과 제도 개선을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모든 공공아파트의 분양가격 산정에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분양가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공개 검증과정을 적용하기로 한 것도 한발 진전된 정책으로 보인다. 분양가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려는 의도이다. 게다가 분양가 책정에 따른 책임을 피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임기 4년 동안 추진될 은평뉴타운을 비롯한 33개 뉴타운 지역의 민간조합에게도 후분양을 제도적으로 권장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고분양가를 비난하던 시민단체 등은 환영의 뜻을 밝히며 오 시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주택가격이 높은 지방정부의 책임자가 직접 약속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중앙정부가 원가공개에 대해 매우 소극적이었거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오늘 (오 시장의) 발표는 지방정부가 오히려 중앙정부보다 국민을 위한 정책개발에 앞장선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