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25일 “전시 작전통제권(이하 작전권)을 이양문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뒤 현재 ‘아미티지 인터내셔널’ 대표로 일하고 있는 아미티지는 이날 오후 신라호텔에서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대표 장성민) 주최로 열린 ‘21세기 한미관계 어디로 가나’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아미티지 대표는 연설에서 “작전권 협의가 다소 감정적이고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지적도 했다.
부시 행정부 내 대표적인 한국 전문가로 꼽히는 아미티지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현재 한미 양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날 세미나에는 아미티지 대표 외에 앤드류 카드 전 백악관 비서실장, 티어도르 카신저 전 상무부 부장관 등 부시 행정부의 전직 고위관료들이 대거 연사로 참석, 관심을 끌었다.
아미티지 대표는 “전작권을 이전하게 되면 한국에 두 개의 사령부가 존재하게 되는데 이것이 방위력과 억지력을 높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통일성이 중요하다. 하나로 있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군이 작전권을 단독 행사할 경우, 현행 한미연합사의 해체로 한국군과 주한미군에 사령부가 각각 창설되는데 이는 현행 체제에 비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또 주한미군의 한강 이남 재배치와 1만2,500명 감축 등을 예로 들며, “변화의 규모가 크고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이에 따라 숨 고르기를 하고 천천히 자신감을 가지고 나가야 한다”며 속도조절론을 내세웠다.
아미티지 대표는 이어 “노무현 대통령도 자주국방을 강조했듯이 모든 국가가 자주국방을 원하지만 어떤 국가도 100% 자주적이지 못하다”며 “그래서 우방과 손잡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라고 지적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한국군의 불가피한 개입 등 국내 일각의 우려에 대해 그는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며 “용어 자체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열린 ‘한미관계’ 주제토론에서 앤드류 카드 전 백악관 비서실장은 “양국간에 민감한 이슈들이 있음을 알고 있지만 양 국민들은 과거에도 민감한 이슈를 잘 극복했다”며 “21세기의 한미 관계는 정말 중요성을 갖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드 전 비서실장은 북한문제 등 최근 참여정부 들어 불거지고 있는 한미간의 인식차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그는 또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대해 “시장접근에 있어 법치주의가 중요하며 그것은 FTA에서도 마찬가지”라며 “법치주의가 제대로 작동해야 사람들이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