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 유통업계에서 알파 이동재(58)회장은 대부로 통한다. 1971년 서울 남대문 골목에 알파문구라는 자그마한 가게로 시작, 35년간 한우물을 파오며 오늘의 알파를 일군 신화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문구를 통해 그 나라의 문화척도를 가늠하는 독특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문구나 사무용품의 종류가 다양하고, 품질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처음 이 장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모나미 볼펜이나 연필, 지우개 등 필기구를 중심으로 한 1,500여가지 아이템이 고작이었다"며 "지금은 가짓수도 1만5,000종류를 헤아릴 정도로 늘어났고 문구의 범위도 모든 사무용품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어도 수적인 면에서는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의 수준에 진입했다는 것이 이 회장의 생각이다.
이 회장은 유난히 상복이 많다. 96년 전국도매조합장상을 수상한 이래 10년 동안 업계의 굵직굵직한 상을 모두 섭렵했으며, 지난 해 중소기업유공자 국무총리상에 이어 올해는 상공의 날에 대통령상을 거머쥐었다. 직원 230명에 연 매출액 500억원, 순이익 70억원을 올리는 중소기업 치고는 상당한 성과를 이룬 셈이다.
물론 그냥 얻어진 선물은 아니다. 70년대 초부터 그는 선진형 상생 및 나눔경영을 실천해왔다. 수돗물이 귀하던 시절, 그는 가게 뒷편의 수도를 개방해 인근 상인들 뿐 아니라 이 곳을 왕래하던 행인에게까지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알파는 남대문의 랜드마크가 됐고, 수도를 이용한 손님들이 그냥 가기 미안해 물건을 구입하면서 자연스럽게 단골이 됐다. 백화점에서조차 환불이 여의치 않았던 80년대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물건은 100% 현금으로 환불해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문구 프랜차이즈업도 나눔경영에서 시작됐다. "나와 함께 한솥밥을 먹던 사람들에게 평생 먹거리를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에 매장을 하나 둘 마련해준 것이 이제 370개 점포로 늘어났다"며 "2010년까지 1,000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의 문구유통은 훨씬 더 복잡한 진화의 단계를 걷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문구의 개념이 컴퓨터, 프린터는 물론 생활용품을 아우르면서 유통에도 융합(컨버전스)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친숙한 알파문구에서 굳이 '문구'자를 떼어 낸 것도 이런 맥락에서이다.
이 회장은 "'알파=신뢰'라는 공식이 굳어지면서 국내 대표적인 문구유통업체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며 "이제 그 노하우를 밑거름으로 중국 일본 몽골 등 아시아를 비롯한 해외시장을 공략하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